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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8 (금)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가 추적한 소리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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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소리의 탄생
데이비드 헨디 지음 | 배현, 한정연 옮김 | 시공사 | 436쪽 | 1만8000원

"우리가 무시하면 소음은 우리를 방해하지만, 우리가 귀를 기울이면 소음은 매혹적으로 들린다."

인류의 탄생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모든 역사에는 배경음악처럼 ‘소리’가 깔려 있었다. 새가 우짖고 숲이 바스락대던 야생의 소리, 고대 도시의 비좁은 거리를 채운 떠들썩한 말소리, 귀족의 비밀을 엿듣는 하인의 숨죽인 발소리, 아프리카 노예들이 빼앗긴 고향을 그리워하며 부르던 노래, 산업혁명 이후 인류의 곁에서 떨어질 줄 모르는 기계음과 자동차 경적 소리, 전쟁의 참혹한 비명 소리와 폭발음까지.

데이비드 헨디 석세스 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가 소리의 역사를 추적했다. 인간이 다른 인간과 어떻게 소통하고 서로 이해하고 공존하는 법을 익혔는지, 어떻게 서로를 지배하려고 싸웠는지, 어떻게 갈수록 바빠지는 세상에서 사생활을 모색했는지, 어떻게 감정을 다스리고 제정신을 유지하려 분투했는지 등을 이야기했다.

선사시대에는 동굴 속에서 가장 독특하고 흥미로운 소리가 나는 곳에 그림을 새겼고, 언어 대신 북소리를 사용해 의사소통을 했다. 또 발을 구르거나 북을 치고 휘파람을 부는 등 자기 부족만의 소리를 바탕으로 사냥을 하고 다른 부족과 전투를 벌였다. 서구인들은 이것이 지옥으로 떨어질 만한 이교도의 관습이거나 야만적인 뜻을 담고 있으리라고 생각해, 무시하거나 두려워했다. 저자는 이런 수만 년 전의 리듬이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와 우리가 만드는 소리에 보편적이고도 깊게 뿌리내린 특징이라고 말한다.

고대 로마에도 북적거리고 활기 있는 도시의 소음이 존재했다. 당시 평범한 로마인들은 벽이 종잇장마냥 얇은 공동주택에 거주했기에 사생활은 없다시피 했다. 중세에 가장 많이 들린 소리는 종소리였을 것이다. 종은 교회, 사원, 수도원 등이 힘을 과시하고 자기 영역을 규정하며 온 동네 주민의 행동을 통제하는 강력한 수단이었다. 지역사회 전체의 시계 노릇도 했다.

근대에는 권력자와 약자 사이에 다른 소리 세상이 생겼다. 권력자들은 소리에 대한 권리를 마음대로 휘둘렀다. 노예주는 노예들이 마음대로 노래를 부르거나 악기를 연주하지 못하게 했고, 전쟁터 한복판에 있는 사람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포탄 소리에 늘 귀가 먹먹했고, 때로는 정신병을 얻었다. 산업혁명기에는 수많은 공장 노동자들이 기계의 굉음 때문에 청각에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입었다.

현대에도 소리는 계속되고 있다. 자동차 바퀴가 아스팔트 도로 위를 굴러가는 소리와 경적 소리, 라디오나 텔레비전 소리, 옆 테이블의 대화 소리, 고요한 사무실에 울리는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 최근에는 오히려 소리 없는 곳을 찾아 명상 센터나 템플스테이, 다도 체험 등을 찾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김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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