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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8 (금)

교토서 한걸음만 옮기니…천년의 이야기가 흘러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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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비와코바레이에서 내려다 본 비와코 호수의 풍경. 호수위로 운해가 일렁이는 모습이 장관이다. 비와코바레이에서는 겨울에는 스키, 여름에는 집라인 등 다양한 액티비티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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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와이] '너무 울어/텅 비어버렸는가/저 매미 허물은.'

어디선가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이 시구, 바로 일본인이 사랑하는 전설적인 시인 마쓰오 바쇼(松尾芭蕉)의 작품이다. 일본 전국을 떠돈 방랑시인인 그는 생전 시가(滋賀)현의 오쓰(大津)시를 가장 사랑했다고 한다. 서울이 몽땅 다 빠질 정도로 크다는 비와코(琵琶湖)를 언제 어디서나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는 죽어서도 이곳에 묻히기를 원했고 지금도 이곳에 잠들어 있다. 그런가 하면 세계에서 제일 오래된 소설 겐지 모노가타리도 이곳에서 집필됐다. 비와코에 비친 보름달을 보며 글을 써내려 갔다는 이야기는 전설처럼 전해져 온다. 이쯤 되니 일본인들의 마음을 뒤흔든 영감의 원천, 비와코를 품은 오쓰시의 매력이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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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호 중심도시인 미시간과 비와코 호수 옆 최대 도시인 오쓰시가 자매결연을 맺고 만든 크루즈. 비와코 호수에 사는 갈매기들을 구경할 수 있고 선내에서 다양한 이벤트도 필수 관광 코스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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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아름다운 호수 마을

시가현 최대 도시, 오쓰시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뭐니 뭐니 해도 비와코다. 풍부한 수량 때문에 무지개를 자주 만나볼 수 있기도 하다. 그 덕분에 요새는 일본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스타그램 명소로 급부상했다고. 특히 비와코바레이(琵琶湖バレイ)는 산 위에서 호수와 구름, 산줄기가 어우러진 광경을 즐길 수 있어 유명하다. 살짝 점프해주면 하늘 위에 떠 있는 듯한 장면을 연출할 수 있다. 몰려드는 인파를 피하려면 아침 일찍 가는 걸 추천. 근처의 우키미도(浮御堂)도 비와코를 감상하기 좋은 '물 위의 절'로 유명하다. 예로부터 어부들이 무사 운항을 기원하며 배 위에서 기도를 올렸다는 곳이다. 대형 크루즈 미시간크루즈나 복고풍 디자인의 증기선 이치반마루(一番丸)도 타볼 만하다. 바다처럼 드넓게 펼쳐진 호수를 가로지르다 보니 웬걸, 갈매기 떼가 따라붙는다. 새우깡도 판매 중이니 50엔만 있으면 인생 사진도 문제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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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0년된 오고토온천은 교토에서도 가까워 일본 국내에서도 대표적인 온천 여행지로 꼽힌다. 비와코 호수를 바라볼 수 있는 비와코그랜드호텔 VIP룸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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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서 20분, 오고토 온천

오사카·교토 여행 때 이렇다 할 온천이 없다는 게 항상 아쉬웠다면 무조건 오고토 온천을 추천한다. 1200년이 넘은 온천 마을로 일본인들도 최고의 명천 중 하나로 꼽는다. 대부분의 온천 호텔에서 비와코가 내려다보여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pH농도 9.0의 알칼리성 온천수는 피부 미용에 특히 좋다고 알려져 있다. 피부에도 자극이 적어 아기나 노인도 즐기기 좋다니 가족여행이나 효도관광에도 딱이다. 고급 온천이라고 하니 너무 비싸진 않을까 하는 걱정은 접어두시라. 당일치기 온천 입욕에 식사까지 포함해 1인당 5000엔이면 충분하다. JR 타고 교토역에서 20분밖에 안 걸리니 뚜벅이족도 가볍게 다녀오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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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간사이 지역의 젖줄로 불린 비와코 호수 주변은 물산도 풍부하기로 이름났다. 오미규 소고기와 민물고기로 재료로 쓴 가이세키요리는 꼭 먹어봐야할 코스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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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간사이 지역의 젖줄로 불린 비와코 호수 주변은 물산도 풍부하기로 이름났다. 오미규 소고기와 민물고기로 재료로 쓴 가이세키요리는 꼭 먹어봐야할 코스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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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년 명품 소고기 오미규

예로부터 오사카·교토의 젖줄로 불린 동네답게 소고기조차도 역사가 깊다. 시가현의 오미규(近江牛)는 무려 400년이나 된 브랜드로, 육식이 금지된 시절에도 오미규만은 허용됐을 정도다. 매년 6000마리만 출하하는 엄격한 품질관리 덕분에 명품 소로도 통한다고 한다. 호텔이나 온천 료칸에서 가이세키 요리로 오미규 코스를 만나볼 수 있고 시내 곳곳에도 전문점이 성업 중이다. 170여 년의 역사를 가진 오미규 전문점 오카키(OKAKI)에선 저렴하게 오미규 코스를 즐길 수 있다. 물론 도시락도 판매 중. 시내 중심지인 JR 오쓰역에 분점이 있어 찾아가기도 편하다. 이마저도 부담되는 여행자를 위해서 오미규를 활용한 다양한 기념품도 잔뜩 준비돼 있다. 오미규 카레부터 센베, 볶음밥세트, 감자칩 등 그 풍미를 그대로 잘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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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인스타그램 인증샷 성지로 꼽히는 규치쿠린인의 액자정원. 테이블 위에 카메라를 올려놓고 찍으면 정원에 휩싸인듯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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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야마데라, 오미진구, 미이데라 등 시가현 오쓰시 일대에는 수백 수천년의 역사를 간직한 사찰과 신사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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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야마데라, 오미진구, 미이데라 등 시가현 오쓰시 일대에는 수백 수천년의 역사를 간직한 사찰과 신사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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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이야기 따라 산책

일본 전역에 사찰이며 신사가 많다지만, 시가현 오쓰시만 한 곳은 찾기 힘들지 싶다. 우선 세계 최고(最古)의 소설 겐지 모노가타리가 쓰여진 이시야마데라(石山寺)가 첫손가락에 꼽힌다. 꽃의 사찰로 불릴 만큼 단풍이나 벚꽃 시즌에 더 몸값이 올라간다고. 1400년의 역사만큼이나 이색 볼거리도 많다. 특히 사찰 한가운데 해저에서 분출돼 솟았다는 천연기념물 기암괴석은 장엄한 분위기를 풍긴다. 엔랴쿠지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일본 불교 문화의 중심지다. 교토의 후지산이라 불리는 히에이잔(比叡山)이 계절따라 뽐내는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케이블카에서 보는 경치가 특히 유명하며, 1200년 동안 한 번도 꺼진 적 없는 법등 등 신기한 볼거리가 많다. 엔랴쿠지 승려들이 은퇴 후 기거했다는 규치쿠린인(舊竹林院)도 놓치면 안되는 명소. 일명 액자정원이라고 불리며, 풍경이 위아래로 비치는 환상적인 사진을 남길 수 있다. 이 밖에도 일왕의 목욕물이 샘솟았다는 미이데라(三井寺), 전통의상 하카마를 입고 산책하기 좋은 오미진구(近江神宮) 역시 추천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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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와코바레이에서 내려다 본 비와코 호수의 풍경. 호수위로 운해가 일렁이는 모습이 장관이다. 비와코바레이에서는 겨울에는 스키, 여름에는 집라인 등 다양한 액티비티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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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사이국제공항→시가현 오쓰시

간사이공항 교통센터 JR 특급열차 하루카 탑승→JR 교토역 하차→교토역 2·3번 플랫폼→A라인 비와코선(琵琶湖線) 쾌속, 신쾌속, 보통(快速 新快速 普通) 탑승→오쓰(大津)역 하차

◆간사이국제공항→오고토온천

간사이공항 교통센터 JR 특급열차 하루카 탑승→JR 교토역 하차→교토역 2·3번 플랫폼→B라인 고세이선(湖西線) 보통(普通)열차 탑승→오고토(おごと)온천역

[박태일 편집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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