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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9 (토)

한밤 버핏의 전화 한통이 2008년 美금융위기 수습 단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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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하의 현인(賢人)'으로 불리는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때 구제금융의 물꼬를 트는 조언을 해서 더 큰 위기를 막을 수 있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17일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케이블 채널 HBO에서 최근 방영된 '패닉: 2008년 금융 위기의 비화'란 다큐멘터리에서 헨리 폴슨 당시 재무장관은 한밤중에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에게서 받은 한 통의 전화를 소개했다. 2008년 10월 미국 의회는 7000억달러에 달하는 '부실 자산 매입 프로그램(TARF)'을 위한 긴급경제안정법을 통과시켰지만 시장의 불안은 진정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폴슨은 하루 종일 바쁘게 일하다 지쳐 잠이 들었다가 밤늦게 "워런의 전화"란 말에 잠이 깼다. 처음엔 폴슨도 '오마하의 현인' 버핏의 전화인 줄 몰랐다. 그는 방송에서 "어머니가 알던 워런이란 이름의 수리공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왜 그가 전화를 했지'라고 엉뚱한 전화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하지만 버핏의 목소리를 듣자 정신이 퍼뜩 들었다. 버핏은 "은행의 부실 자산을 매입하기보단 은행의 자본을 충당해주는 게 더 합당하다"고 했다. 폴슨은 "(버핏의 한마디는) 우리가 한 일의 시초가 된 아이디어였다"고 회상했다. 당시 시장에서 은행들이 망하지 않을 것이란 신뢰가 없는 탓에 돈을 서로 빌려주지 않는 게 문제의 핵심이었는데, 그 문제를 해결하려면 단순히 공적자금으로 부실 자산을 사 주는 데서 그칠 게 아니라 구제금융으로 자본을 확충해서 은행이 문을 닫지 않는다는 신뢰를 줘야 한다는 얘기였던 것이다.

폴슨은 버핏과 통화로 얻은 '은행 자본 확충' 아이디어를 곧 실행에 옮겼다. 이후 시장은 급속하게 안정을 찾아갈 수 있었다는 것이다.

방현철 기자(banghc@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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