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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9 (토)

[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501] 12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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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사회생물학


나는 이 칼럼을 준비하며 종종 글의 소재를 찾느라 글이 실리는 날에 누가 태어났는지 검색한다. 인터넷을 뒤지다 보면 그리 어렵지 않게 이름 서넛이 떠오르고, 나는 가끔 그 한 사람의 삶과 사상에 관해 글을 쓰곤 한다. 그런데 도대체 12월 18일은 무슨 날일까?

전자를 발견해 1906년 노벨상을 받은 물리학자 J J 톰슨이 1856년 오늘 태어난 걸 필두로 1878년에는 이오시프 스탈린, 1879년에는 화가 파울 클레, 1886년에는 야구선수 타이 콥이 뒤를 잇는다. 20세기로 들어서면 1913년 빌리 브란트 서독 총리, 1943년 롤링 스톤스 기타리스트 키스 리처즈, 1946년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1963년 배우 브래드 피트, 그리고 1980년에는 가수 크리스티나 아길레라가 탄생한다.

물론 이 목록은 순전히 내 개인적 취향에 따라 작성된 것이지만 이들은 모두 내가 글을 쓰기에 충분한 사람들이다. 얼마 전 우연히 동네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Snowman'이라는 노래를 듣고 속절없이 홀린 오스트레일리아 가수 시아(Sia)도 1975년 오늘 태어났다.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그의 'Everyday is Christmas'를 한없이 반복해 들을 것 같다.

오늘 태어난 사람들의 별자리는 궁수자리다.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반인반마인 켄타우로스족의 케이론이 하늘에 올라 별이 되었다고 한다. 켄타우로스족은 원래 거칠고 야만적인 종족인데, 케이론은 아폴론과 아르테미스에게서 음악·의술·예지력·수렵 기술 등을 전수받은 현자였다. 그는 헤라클레스, 아킬레우스, 이아손 등 수많은 영웅을 제자로 뒀다.

황금 양피를 찾아 떠난 원정대 55인의 모험을 그린 서사시 아폴로니오스의 ‘아르고호의 모험’에 따르면 원정 대원 대부분이 케이론의 제자다. 어쩌면 케이론은 지금도 원정에서 돌아오는 제자들을 기다리며 밤하늘을 밝히고 있는지도 모른다. 앞으로도 돌아올 제자가 많을 듯싶다.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사회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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