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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9 (토)

靑 '불순물 같은 정보'라면서… 1년 넘게 金수사관 감찰활동 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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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불법감찰 의혹]

金수사관의 권한 밖 행동 알고도 보고 받아… 조직적 사찰 의혹

박지원 "재발방지 조치 후 金수사관을 검찰로 돌려보냈어야 했다"

청와대는 17일 특감반 '비위 의혹' 당사자로 지목된 김태우 수사관이 '특감반이 민간인 정보 수집을 해왔다'는 의혹을 제기한 데 대해 "'불순물' 같은 정보를 가져오는 것을 엄중 경고하고 (관련 정보를) 폐기했다"고 했다. 김 수사관의 '개인적 일탈'로 규정한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 특감반은 반부패비서관의 지시로 전(前) 정부 고위 공직자 등 민간인들에 대한 재산 정보 수집 활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감반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민정수석실이나 반부패비서관실의 조직적 사찰 활동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또 특감반원 개개인의 잘못된 활동이 문제가 됐다고 하더라도 이는 청와대의 활동이자 잘못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들을 관리·감독해야 할 민정수석과 지휘 라인 간부들이 권한을 벗어난 이들의 행동을 보고도 1년 넘게 방치한 채 계속 보고서를 받았다면 그 책임을 피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선 "관리 책임이 있는 청와대가 전형적 '꼬리 자르기'를 하려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청와대는 가상 화폐 등 민간인 '재산 규모' 정보 수집에 대해 이날 오전엔 김 수사관이 독단으로 작성한 '불순물'이라고 했다가, 오후엔 "반부패 관련 정책보고서 작성을 위한 로데이터(raw data·원자료)를 지원한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감찰 업무가 아닌 반부패 정책 수립을 위한 협업(協業)을 한 것"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반부패 정책 수립을 위해 민간인의 '재산 규모' 등 개인 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업무 범위에 벗어난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또 부서마다 업무 분장을 분명히 하는 건 '권한 남용'을 막기 위한 것인데, 청와대가 상황에 따라 기준을 입맛대로 적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관리 책임 있는 靑 '꼬리 자르기'"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특감반이 '전직 총리 아들 사업'과 '민간은행장 동향 등 민간인에 대한 정보 수집'을 했다는 본지 보도에 대해 "함께 묻어져 들어온 불순물에 해당한다"며 "(김 수사관 첩보는) 폐기 처분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업무 범위를 벗어난 정보 수집이 특감반 내부 업무 시스템 내에서 이뤄지고 있었다는 얘기"라며 "청와대의 관리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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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도 이날 "(첩보를) 파기했으면 그다음에 하지 못하도록 조치를 해야 했고, (김 수사관을 검찰로) 돌려보냈어야 했다"고 했다. 이어 "청와대에서 (김 수사관에 대해) 미꾸라지 하는데, 저는 그 미꾸라지가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며 "'언 발에 오줌 누기' 식으로 찔끔찔끔 덮으려고 하면 더 큰 일 난다"고 했다.

김 대변인은 김태우 수사관이 부처 동향 보고를 한 데 대해선 "민정수석실 소속 행정요원으로서 다른 비서관실 요원들과 협업 차원에서 진행한 것"이라고 했다. 이에 홍득표 인하대 명예교수는 "사실상 민정수석실은 범부처에 대한 사찰을 할 수 있다는 얘기"라며 "청와대 월권을 정당화하는 것"이라고 했다.

김 대변인은 김 수사관이 외교부 공직자의 '정보 유출'을 조사하다 '사생활'까지 감찰했다는 데 대해 "공무원으로서 체면·위신을 손상했다고 보고 감찰한 것"이라고 했다. 장영수 고려대 교수는 "'사생활 문제'가 업무 관련성이 있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며 "아닐 경우 '별건 털이'식 감찰이라는 비판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靑 지시 따른 정보 수집 드러나

김 대변인이 이날 '(김 수사관의) 불순물 정보'라고 지칭한 '전직 총리 아들 사업' 정보는 청와대 상부 지시를 통해 수집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수사관은 "민정수석실 고위 라인으로부터 노무현 정부 인사들의 비트코인 소유 여부를 조사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고 했다. 모두 현재 민간인으로 대통령비서실 직제에 규정된 특감반 업무 대상에 벗어나는 내용이다.

김 대변인은 "김 수사관이 지난해 8~9월쯤 (본연에 벗어나는 보고서를) '쓰지 말라'는 시정 조치를 받았다"고 했다. 그러나 불과 몇 달 뒤 청와대가 김 수사관에게 업무 범위를 넘어선 일을 지시한 것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반부패비서관실의 내근 행정관과 행정요원들인 감찰반원들이 같이 정보를 수집한 것"이라며 "그 데이터 안에 김 수사관이 가져온 전직 총리 아들 관련 내용이 담겨 있었다"고 했다.



[이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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