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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9 (토)

靑 게시판에 쏟아지는 軍 내부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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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으로 보조 배터리 구입" "부대 간부들 PX심부름 시켜"

"현역 공개 글 문제있다" 지적도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 현역 군 장병이라고 밝힌 사람들의 내부 고발이 이어지고 있다. 작년 8월 게시판이 생긴 이후 지금까지 30건이 넘는다. 불합리한 관행을 고발해도 군 내부에서 묵살당하자 고발하는 경우도 있지만, 현역 군인이 군 내부 문제를 인터넷 공개 게시판에 올리는 것이 적절하냐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9일 한 공군 병사가 올린 청원 글은 일주일 만에 3만명의 동의를 얻었다. 글 쓴 사람은 자신을 "경남 사천 공군기지 소속의 6개월 차 일병"이라며 "대대장과 병사가 사천시에서 지원받은 에어쇼 예산 집행 과정에서, (서류에는) A4 용지 60박스라고 적고 샤오미 보조 배터리 60개를 반입하려 했다"며 고발했다. 그러면서 "대대장에게 문제를 제기하자 제가 부대 가해자라며 일주일 동안 근신 처분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5일에는 "육군 1군사령부 헌병대 소속 병사"라는 청원인이 "부대 간부들이 병사들에게 카드를 주고 부대 매점(PX)에 가서 물건을 사 오라고 지시하는 등 사적인 심부름을 시키고 있다"고 고발하기도 했다.

상급자의 실명을 공개한 경우도 있다. 지난 9월에는 자신을 "6년 차 해군 하사"라고 소개한 청원인이 "근무를 열심히 했는데 꾸지람을 들어 수치스럽고 힘들어 민원 신청한다"며 자신을 꾸중했다는 상급자의 소속 함정과 계급, 실명을 공개했다. 지난 10월에는 "군 수도병원에 있는 일병 임○○을 전역시키면 안 된다"며 "심장이 아프다면서 휴가 때마다 새벽까지 클럽에서 춤추고 논다"는 청원 글도 올라왔다. 반면 군 내부의 정식 신고 센터는 외면받고 있다. 전국에 군 내부 공익 센터가 222곳 있지만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 내부 신고 건수는 18건에 불과했다. 한 공군 부사관은 "내부 고발했다가 나뿐만 아니라 동료들의 진급 등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 이용을 기피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군 관계자는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 글이 올라오면서 '군이 장병 관리를 안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지만, 기밀 사항이 아닌 이상 막을 수도 없어 신중하게 살펴보고 있다"고 했다.

[권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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