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19 (토)

올해 근로자 6명 중 1명은, 최저임금 못받았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근로자 15.5% 311만명 역대최대

숙박·음식업은 거의 절반이 미만

올해 전체 근로자 가운데 15.5%(311만명)가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임금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역대 최대다. 올해 최저임금이 작년보다 16.4% 급증하자 이를 감당할 수 없는 사업주가 속출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내년에도 최저임금이 두 자릿수대 인상률(10.9%)로 올라 이런 근로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최저임금 못 받는 근로자 311만명… 역대 최대

17일 본지가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원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8월 기준 최저임금 미만율(전체 임금근로자 중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 비중)은 15.5%로 나타났다. 근로자 6명 가운데 1명은 최저임금을 못 받는다는 것으로 역대 가장 높은 수치다. 최저임금위는 올해 최저임금 미만율을 2020년 최저임금 심의에 들어가는 내년 5월쯤 공식 발표한다. 최저임금 밑으로 임금을 주는 건 법 위반이다. 그래도 경영 사정이 어려운 사업주는 최저임금을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고, 일부 근로자도 "일자리를 잃느니 최저임금보다 덜 받겠다"고 할 수 있다. 이런 근로자 비율이 2000년대 초반까지는 4~5% 수준이었으나, 점차 높아져 지난 2016년엔 13.5%가 됐다. 작년엔 13.3%였는데 올해 최저임금이 급증하면서 15.5%로 높아졌다.

조선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특히 '최저임금 취약 지대'로 꼽히는 곳에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가 쏠려 있었다. 숙박·음식업에선 전체 근로자(136만명) 절반에 가까운 59만명(43.1%)이 최저임금 미만이었다. 편의점 등이 속한 도소매업(18.1→21.6%), 경비업 등 사업시설관리업(19.5→21.1%)에서도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가 늘었다.

대기업·중견기업보단 영세 소상공인이 최저임금을 제대로 못 줬다. 올해 5인 미만 영세 사업체에서 일하는 직원 셋 중 하나(36.3%)가 최저임금에 못 미쳤다. 작년엔 31.8%였다. 5~9인 사업장(17.1→19.6%), 10~29인(11.3→14.9%) 등도 일제히 높아졌다. 반면 300인 이상 기업은 작년과 올해 모두 2%대다.

이는 최저임금이 너무 빠르게 올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사업주가 법을 지키려는 의지가 갑자기 약해져서가 아니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저임금보다 덜 받아도 계속 일하고 싶다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의미"라면서 "지금 같은 상황에서 억지로 최저임금 준수율을 끌어올렸다면 취약 계층 일자리가 더 줄었을 것"이라고 했다. 역설적으로 사업주·근로자가 법을 안 지킨 덕분에, 그나마 취업자 수가 작년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참사는 면했다는 것이다.

◇내년에는 상황 더 나빠질 듯

최저임금은 새해가 되는 보름 후, 현재 7530원에서 내년 8350원으로 또 한 번 두 자릿수대 인상률로 오른다. 최저임금위는 내년도 최저임금 영향률(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임금이 올라야 할 근로자 비율)을 25%로 내다봤다. 사업주들이 내년엔 근로자 넷 중 하나 임금을 올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역대 최고치다. 정부는 2020년도 최저임금 결정 때부터는 결정 구조 등을 고쳐 '속도 조절'에 나서겠다고 했다. 그러나 당장 코앞으로 다가온 내년에는 이미 결정된 최저임금액이 그대로 적용될 예정이다.

최저임금 인상의 직격탄을 맞는 소상공인들은 '최저임금 불복종'에 나서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정원석 소상공인연합회 정책사업본부장은 "최저임금만큼 주기 싫다는 게 아니라 도저히 줄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라면서 "특히 비(非)수도권을 중심으로 사업주와 근로자 모두 '최저임금보다 덜 받더라도 일자리 지키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이 보인다"고 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저임금을 지키거나 폐업·고용 감소를 하는 것 중 택하도록 내몰리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면서 "최저임금이 시장에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면 불가피한 범법자가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기훈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