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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법무부, 화재현장에서 할머니 구조한 스리랑카인에게 영주권 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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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경북 군위군서 90대 할머니 구한 니말씨

‘불법체류자’로는 처음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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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하고 나가는데 집배원으로부터 ‘불이 났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한국인 동료와 함께 달려나갔어요. 고향 어머니 생각이 났어요.”

스리랑카인 니말(39)은 16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지난해 2월 불이 난 집에 뛰어들어가 혼자 살던 90대 할머니를 구하던 상황을 떠올리며 서툰 한국어로 이렇게 말했다. 평소 자신을 따뜻하게 대해주던 마을 어르신들 생각이 나서 주저하지 않고 불길로 뛰어들었다고 한다. 니말은 할머니를 구하다 크게 다쳤다. 목과 머리, 손목 등에 2도 화상을 입었고, 폐에 연기가 차 호흡장애를 얻었다. 2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기침이 심해 약을 먹고 있다.

니말은 2011년 비전문취업(E-9 비자) 자격으로 한국에 들어와 유리공장, 도금공장 등에서 일했다. 어머니 암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2016년 7월 체류 기간이 끝난 뒤에는 경북 군위군의 한 사과농장에서 일했다. 언제 쫓겨날지 모르는 ‘불법체류자’였지만, 과수원 근처 집에서 불이 났다는 얘기에 뛰어들어가 할머니를 구조한 것이다. 니말은 할머니를 구한 공로로 국내 영주자격을 갖게 됐다. 법무부는 지난 13일 열린 ‘외국인 인권보호 및 권익증진협의회’에서 참석 위원 만장일치로 니말에게 영주자격을 주기로 결정했다고 16일 밝혔다. 출입국관리법 시행령은 ‘범죄·재해·재난·사고 등으로부터 국민의 생명 및 재산보호에 크게 기여한 사람’에게 영주자격을 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니말은 이 조항이 적용돼 영주권을 얻은 첫 사례다. 법무부는 “형사범죄에 전혀 연루된 사실이 없고, 정부로부터 공식적으로 의상자로 지정된 점, 구조 과정 중 입은 부상을 지속해서 치료해야 하는 사정 등을 고려해 영주자격을 허가했다”고 설명했다.

니말의 선행이 알려지면서 지난해 3월 엘지(LG)복지재단은 그에게 의인상을 수여했다. 같은 해 6월 보건복지부도 그를 ‘의상자’로 인정했다.

니말의 어머니는 지난해 여름 세상을 떴다고 한다. 스리랑카에는 거동이 불편한 아버지와 아내, 딸(12살), 아들(8살)이 있다. 여전히 과수원에서 일하고 있는 니말은 영주권을 얻으면서 출입국이 자유로워졌다. “편찮으신 아버지를 만나러 스리랑카에 다녀오겠습니다.” 그는 한국에서 계속 일하고 싶다고 했다. “좋은 회사를 알아보고 있어요. 영주권 고맙습니다.” 법무부는 세계이주민의 날인 18일 대구출입국·외국인사무소에서 니말의 영주자격 수여식을 연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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