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경남도지사(왼쪽)와 드루킹 김동원씨./ 사진=뉴스1 |
네이버 댓글조작 사건의 장본인 '드루킹' 김동원씨가 공범 혐의를 받는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7일 법정에서 대면했다. 지난 8월 허익범 특별검사팀 조사실에서 대질한 뒤 120일 만의 재회다.
김씨는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2부(부장판사 성창호) 심리로 열린 김 지사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날 김씨는 김 지사에게 댓글조작 프로그램 '킹크랩'을 시연했다는 2016년 11월9일 당시 상황에 대해 진술했다.
특검팀이 시연 당일 '산채' 느릅나무출판사 사무실의 분위기를 묻자 김씨는 "화기애애했다"고 답했다. 특검팀이 "김 지사가 산채에 방문했을 때 문건을 브리핑하고 화면을 띄워서 같이 설명했느냐"고 질문하자 김씨는 동석했던 경공모(경제적공진화모임) 회원들의 닉네임과 자리배치까지 거론하면서 "차례대로 (김 지사에게) 브리핑했다"고 말했다.
이어 "시연회 도중 킹크랩 극비 부분이 나오자 둘리 우모씨에게 스크롤을 멈추라는 제스처를 보냈느냐"는 특검팀 질문에 김씨는 "그렇다"고 했다. 특검팀이 김 지사에게 미완성 상태인 킹크랩을 시연한 이유를 묻자 김씨는 "이런 큰 일 하면서 정치인 허락 없이 감히 진행할 수 있겠느냐. 당연히 허락을 받기 위해 시연하고 허락을 구한 것"이라고 했다.
킹크랩을 두고 '극비'라는 표현을 썼던 점에 대해 김씨는 "당시는 박근혜 정권 시절이고 문재인 후보가 17% 지지율이 될지 안 될지 모르는 상황에 야당 초선 의원을 데려다 놓고 어마어마한 탄압을 받을 일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만큼 킹크랩과 댓글공작 보안에 신경썼다는 의미다.
킹크랩을 개발한 경위에 대해 김씨는 "10월 초에 송민순 회고록 문제가 터졌다. '선플'에 밤낮없이 동원되니까 도저히 밤에는 어떻게 할 방법이 없어서 회원들이 나가 떨어졌다"며 "10월15일부터는 적극적으로 '안 되겠다. 만들어봐라'라고 둘리에게 지시했다"고 했다.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은 2016년 10월 자서전 '빙하는 움직인다'를 출간했다. 이 책에서 송 전 장관은 2007년 참여정부가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에 기권하기 전 북한에 의견을 물었고,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이었던 문재인 대통령이 여기에 관여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이 자서전 때문에 정치권에 파장이 일자 문 대통령을 위해 '선플' 활동을 벌였고, 그 과정에서 킹크랩까지 개발하게 됐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이다.
김씨는 김 지사도 댓글공작 프로그램에 긍정적인 관심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김 지사에게 당시 새누리당 댓글 기계를 설명하고 대선을 이기기 위해서는 새누리당 댓글 기계 같은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느냐"는 특검팀 물음에 "설명하고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했다.
김 지사 측은 이날 차분하게 김씨 증인신문을 지켜보면서 메모하는 등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 지사 측은 느릅나무출판사를 방문한 사실은 있지만 킹크랩은 본 적도 없다는 입장이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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