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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개밥'에서 영양식으로…반려견 먹이 변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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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신남식의 반려동물 세상보기(14)
중앙일보

인간과 가장 가까운 위치에서 생활해온 개와 고양이의 먹이는 상업용 사료가 개발되기 전까지는 사람이 먹었던 음식물의 찌꺼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상업용 제품이 앞다투어 개발되고 있다. [사진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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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가장 가까운 위치에서 생활해온 개와 고양이의 먹이는 상업용 사료를 개발하기 전까지 사람이 먹었던 음식물의 찌꺼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반려동물이라는 개념이 확립된 현대사회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상업용 제품을 앞다투며 개발하고 있다.

최초의 상업용 사료는 1860년 영국의 제임스 스프랫(James Spratt)이라는 사업가가 만들었다. 그는 개들이 사람이 먹다 남은 비스킷을 먹는 모습을 본 후 밀가루, 야채, 소피 등을 원료로 건조한 반려견용 비스킷을 만들었으며 이 사업은 성공적이었다.

이후 스프랫의 비스킷은 1890년 미국으로 건너가게 되고, 이를 참고하여 1907년 영국인 벤 넷(Bennett)이 뉴욕에 회사를 설립하고 우유와 골분이 첨가되어 영양성분이 강화된 반려견용 제품을 생산 판매하였다.

1920년대 초까지는 이 두 회사만이 반려견용 사료를 생산 공급하는 체제를 유지했다. 1922년 미국의 채펠(Chappel)형제는 자동차의 등장으로 활용도가 떨어진 말고기를 이용하여 최초의 캔 형태의 제품을 생산하였다.

이후 캔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가 많아져 1941년에는 캔 제품이 사료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기도 했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으로 캔을 만들었던 철은 전쟁물자로 사용되고, 가격의 폭등으로 캔 대신 건식사료로 대체되어 1946년에는 건식제품이 시장의 85%를 차지하였다.

수의사인 마크 모리스(Mark Morris)는 자신의 동물병원에서 신장병을 앓는 개를 위한 특별식을 만들기 시작하여 1948년에 상품화하였는데 이것이 처방식 제품의 원조가 된다. 1900년대 후반에는 수의학을 기반으로 동물 영양학이 발전하여 1968년에는 반려동물의 연령별로 구분한 사료가 최초로 개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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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한 익스트루전 방식의 제품 생산은 곡물의 소화율과 기호성을 높히기 위한 방법이다. 최근에는 식품용의 원료를 사용하는 제품이 많이 출시되고 있으며, 유기농 재료를 사용해 만든 사료도 나오고 있다.[사진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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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와 같은 건조한 익스트루전(extrusion)방식의 제품 생산은 1957년에 시작되었는데 이는 곡물의 소화율과 기호성을 높이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다. 이후 많은 기업이 다양한 원료를 사용하여 기호성이 좋은 건식, 습식의 반려동물 전용 사료를 생산하게 되었다.

건식사료는 사료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일반적인 형태로 원재료를 섞은 후 높은 압력을 통해 알갱이를 부풀리는 익스트루전 공법을 사용해 만들며 가장 많이 판매된다. 습식사료는 수분 함량이 높고 부드러운 형태로 주로 캔이나 파우치에 들어 있으며 레토르트를 통해 내용물을 보존한다. 어리거나 나이가 많아 치아가 좋지 않은 반려동물도 쉽게 섭취할 수 있으며 건식사료보다 기호성이 높은 편이다. 반려묘의 경우 습식사료를 주면 수분을 보충해 주는 장점도 있다.

1980년대까지의 반려동물용 원료는 대부분 사람이 먹지 않는 사료용이 대부분이었으나, 이후로는 점차 식품용의 원료를 사용하는 제품이 많이 출시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유기농 재료를 사용해 만든 사료도 나오고 있다.

한국의 반려동물 사료 역사는 매우 짧지만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1980년대 후반 축산용 사료를 생산하던 회사가 반려견용 사료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다수의 유명 기업이 반려동물 사료 시장에 진출하여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제품의 다양성과 함께 품질 수준도 크게 높아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 세계적으로 반려동물을 가족의 일원으로 생각하는 보호자들이 늘어나고 이에 따라 제품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 반려동물 사료도 성분이나 기능성을 강조한 고품질의 제품이 많이 개발되고 있다.

곡물을 사용하지 않는 그레인 프리(Grain-free)사료, GMO 작물인 옥수수나 대두 등의 원재료를 사용하지 않는 GMO 프리 사료 등이 출시되고 있다. 반려동물의 고령화로 시니어 반려동물을 위한 관절 기능성 사료, 유산균이나 영양제가 첨가된 제품의 소비도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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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가루, 빵가루, 식물성 단백질 등을 섞어 만든 피자 모양의 반려견 간식. 반려동물에게 음식물의 찌꺼기를 준다는 것은 옛이야기이다. 인간이 먹는 재료로 만든 제품을 반려동물의 상태에 따라 골라주는 시대가 눈앞에 와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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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의 한 반려동물 사료 회사에서는 보호자가 소유한 반려견의 사료를 주문하면 품종 연령 성별 체중 건강상태 등에 맞추어 원료를 배합하여 최적의 맞춤 사료를 제공하고도 있다. 시중에서는 수제품을 판매하는 곳도 늘어나고 있으며, 내년부터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주관하여 국내 반려동물 유기농 사료 인증제도가 시행된다.

반려동물에게 음식물의 찌꺼기를 준다는 것은 옛이야기가 되고, 인간이 먹는 음식과 같은 재료로 만든 제품을 반려동물의 상태에 따라 골라주는 시대가 눈앞에 와있다.

신남식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명예교수 nsshin@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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