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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주말 로또 장사 공친 편의점주 "통신사 바꿔라"…KT, 신뢰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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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KT아현지사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한 통신장애로 26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인근 매장에 카드결제가 불가하다는 내용이 담긴 문구가 부착되어 있다. 우상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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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째 KT를 사용하고 있는 VIP 멤버인 이 모(36)씨. 용산구 거주자인 그는 KT 아현지국 화재로 24일엔 스마트폰 전화가 되지 않았고, 25일엔 배달앱을 이용해 짜장면을 시켰다가 결제가 되지 않았다. 다른 중국집 짜장면을 시켜서 먹고 있는데 처음 주문한 곳에서 짜장면이 배달됐다. 배달앱 업체와 중국집 간의 통신 장애가 문제였다. 그는 “피해가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장기화 되는 것을 보면서 약정이 끝나면 다른 통신사로 갈아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마포구 일대에서 20년 가까이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60대 김 모(여)씨는 KT 화재로 인해 주말 장사를 공쳤다. 김 씨는 “토요일에 로또를 거의 못 찍었다(판매를 못했다). 하필 매출이 큰 주말이라 피해가 컸다”고 한숨을 쉬었다. GS25는 본사 차원에서 LG유플러스의 무선 라우터(이동형 공유기) 250개를 공수해 마포 일대의 편의점에 긴급 투입했다. 김 씨는 “일요일(24일) 새벽 3시가 돼서야 결제가 이뤄졌다”며 “본사에 LG유플러스로 통신사를 바꾸자고 강력하게 건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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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KT 아현국사 통신구 화재현장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경찰, 소방대원 등이 2차 합동감식을 하고 있다. 국과수연구원이 화재현장에서 훼손된 전선을 크레인을 통해 끌어올리고 있다. 우상조 기자/2018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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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발생한 KT 아현지국 화재로 인한 KT의 피해가 예상보다 클 전망이다. 증권가에선 한달치 요금을 보상해준다고 밝힌 KT의 보상액 규모를 317억원으로 추산(KB증권)한다. 김준섭 KB증권 연구원은 "장애를 겪은 고객에 대한 보상금 규모만 317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며 "이는 올해 4분기 KT 영업이익에 대한 시장전망(1971억원)의 16.1% 수준"이라고 말했다. KT가 추후 밝히겠다는 소상공인 손실에 대한 보상이 포함되지 않은 상태에서다.

눈에 보이는 손해보다 무형의 손실이 더 클 수 있단 분석도 나온다. 김현용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2018년 4월의 SK텔레콤과 2017년의 LG유플러스 무선 통신장애 때와는 달리 KT는 최장시간, 전방위 통신 장애를 겪었다”며 김 연구원은 "이슈가 장기화되면 브랜드와 영업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26일 KT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1.82% 떨어진 2만965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통사들은 다음 달 1일부터 시작하는 5G 시범 서비스를 앞두고 이를 대대적으로 홍보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KT는 26일 “화재로 인한 통신장애를 조속히 복구하기 위해 예정된 5G 간담회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5G 분야는 지난 9월 황창규 KT 회장이 향후 5년 동안 5G 등 네트워크 분야에만 9조6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공언했을 정도로 KT가 공을 들여온 사업이다. 2위 사업자인 KT는 5G 시장에서 주도권을 선점해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과의 격차를 좁힌다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첫 서비스 출시를 일주일 앞두고 대형 악재를 만났다. KT 측은 “시범 서비스 지역과 무관한 데다 시범 서비스는 스마트폰 기반에서 이뤄지는 게 아니기 때문에 차질 없이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는 “KT가 평창 올림픽 때부터 5G를 선도한다는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오랜 세월 노력을 쌓아왔는데, 화재로 인해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게 됐다”고 말했다.

유선 시장의 고객 이탈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업계에서 ‘SK텔레콤은 망(무선) 장사, KT는 줄(유선)장사’란 말이 있을 정도로 KT가 유선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유선을 통해 초고속 인터넷, 인터넷TV(IPTV), 포스(POSㆍ판매정보관리시스템), CCTV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유선 서비스에 대한 신뢰에 타격을 입게 됐다. LG유플러스는 화재 당일 GS편의점과 병원, 개인 사무실 등의 요청을 받아 무선 라우터 300대와 유선 100회선을 공급했다. 일회성이긴 하지만 LG유플러스에 틈을 내준 것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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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한 병원 로비에 KT 아현국사 지하 통신구 화재로 인해 원내 통신 장애가 지속되고 있다는 안내를 하고 있다. 2018.11.25/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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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 업계는 2000년부터 근 10년간 무선사업분야에서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가 각각 5대 3대 2의 점유율을 굳혀 왔다. 하지만 4세대 통신부터 LG유플러스가 20%의 벽을 넘으며 KT를 추격하기 시작했다. 굳건한 1위 사업자와 쫓아오는 3위 사업자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품질’에 대한 브랜드 이미지가 강한 SK텔레콤이나 가성비를 내세운 LG유플러스가 반사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TV(IPTV) 시장의 판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내 유료방송시장의 최강자인 KT의 자존심이 구겨진 상황이다. 이미 LG유플러스는 케이블TV 1위 사업자인 CJ헬로에 대한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1위 사업자인 KT의 일시적인 서비스 불능 사태가 LG유플러스에겐 기회가 될 수 있다. DB금융투자 신은정 애널리스트는 “LG유플러스가 CJ헬로를 인수할 경우 유료방송시장에서 지각변동이 일어나면서 KT의 기존 지위를 위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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