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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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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유권 분쟁보다 실리…중·필리핀, 남중국해 공동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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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유권 분쟁 벌여온 해역서 원유·가스 개발 MOU 체결

시진핑, 미국 견제 우군 얻어…두테르테, 친중 통해 ‘실속’

필리핀 야권 “주권 포기” 반발



경향신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이 20일 필리핀 마닐라의 말라카낭 대통령궁에서 열린 국빈연회에서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과 건배하고 있다. 마닐라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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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필리핀이 영유권 분쟁을 벌여온 남중국해에서 자원 공동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또 중국의 광역경제권 구상인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에 대한 양국 협력도 강화키로 했다. 양국이 수년간 이어온 영유권 분쟁을 미뤄두고 실리를 추구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 외교부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20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과 만나 양국 관계를 포괄적 전략 협력 관계로 격상시키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원유와 가스 개발에 협력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비롯해 일대일로 건설 MOU, 중국과 필리핀 공업원(공단) 협력개발 프로젝트 등 29개 협약에도 서명했다. 중국 국가주석이 필리핀을 방문한 것은 13년 만이다. 이번 정상회담으로 시 주석은 미·중 무역전쟁, 곳곳에서 잡음을 일으키고 있는 일대일로 사업에서 든든한 우군을 확보하고 두테르테 대통령은 전통 우방인 미국 대신 중국과 밀착해 실속을 챙겼다는 평가다.

원유와 가스 개발 협력에 대한 구체적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남중국해 공동개발로 읽힌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중국에 남중국해 천연자원을 공동개발하자고 공개 제안해왔다. 시 주석이 회담에서 “중국과 필리핀은 남중국해에서 광범위한 공동 이익을 가지고 있다”고 해상 실무 협력을 강조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그동안 두테르테 정부가 공동탐사 후보지로 검토해 온 지역은 필리핀의 배타적경제수역(EEZ) 안에 있는 리드뱅크(필리핀명 렉토뱅크)다. 중국은 2012년 이곳에 있는 스카보러 암초(중국명 황옌다오, 필리핀명 바조데마신록)를 강제 점거했다.

필리핀은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에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를 제소했고, 2016년 7월 중국 주장에 법적 근거가 없다는 판결을 끌어냈다. 당시 중국에서는 필리핀 망고 불매 운동이 일어나는 등 양국 관계가 급속히 냉각됐다. 그러나 판결 직전 취임한 두테르테 대통령이 중국과 협력을 중시하는 실리 외교를 펼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남중국해 문제를 판결 대신 대화로 풀겠다는 뜻을 비치면서 중국의 막대한 투자를 이끌어냈다. 취임 4개월 만에 방중해 240억달러(약 27조원) 규모의 경제협력을 약속받았다.

이번 남중국해 공동개발 합의에 대해 필리핀 야권과 시민단체들은 주권 포기라며 반발하고 있다. 시 주석 방문에 맞춰 주마닐라 중국대사관 앞에서 수백명의 시민들이 두테르테 정부의 친(親)중국 행보 반대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필리핀을 팔 수 없다” “중국을 필리핀 영해 밖으로 몰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필리핀 여론조사회사 ‘소셜 웨더 스테이션’이 필리핀 성인 1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4%가 ‘필리핀이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에 반대하지 않는 것은 잘못됐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번 회담을 계기로 양국 간 밀착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시 주석은 “중국은 필리핀과의 우의를 계승하고 협력을 심화시켜 양국이 영원히 좋은 이웃, 좋은 친구, 좋은 동반자가 돼 번영을 누리도록 하고 싶다”고 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번 방문은 역사적 의의가 있다”며 “중요한 이정표로서 양국 협력의 새 장을 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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