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 선동열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왼쪽 사진)이 참석해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오른쪽 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사퇴한 선동열 전임 감독이 공개한 사퇴 기자회견문에서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언급한 대목이 있어 비판 여론이 일고 있는 가운데 후폭풍에 쌓인 손 의원이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글이 주목 받고 있다.
선 감독은 지난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위치한 야구회관에서 정운찬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와 면담을 가진 뒤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감독직에서 물러나며 야구인의 명예와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명예를 지키고 싶다"며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다.
특히 그의 사퇴에는 지난달 국회 국정감사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증인 출석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선 감독은 기자회견문을 읽어내려가면서 사퇴를 결심하게 된 것이 한 국회의원의 발언 때문이라고 했다.
선 감독은 회견문에서 “어느 국회의원이 말했다. ‘그 우승이(아시안게임 금메달) 그렇게 어려웠다고 생각지 않는다’"며 "이 또한 사퇴 결심을 확고히 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선동열 야구 국가대표팀 전임 감독이 지난 14일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자진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
손 의원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으나, 손 의원의 발언이 사퇴 결심에 영향을 미쳤다고 밝힌 셈이다. 손 의원은 당시 “아시안게임 우승이 그렇게 어려운 우승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선 감독을 몰아붙인 바 있다.
손 의원은 선 감독을 국감장으로 불러낸 장본인이었다.
선 감독은 당시 "국가대표 감독의 국감 증인 출석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고 대한체육회 역사상 처음"이라며 "스포츠가 정치적 소비의 대상이 되는, 그리하여 무분별하게 소환되는 사례는 제가 마지막이길 간절히 희망한다"고 했다.
손 의원은 국감 당시 선 감독을 다그쳤다.
손 의원은 "선 감독 때문에 한달 동안 (프로야구) 관중 20%가 줄었다"며 "사과하든, 사퇴하든, 두가지뿐이다"며 쏘아붙였다.
이어 "이렇게 버티고 우기면 2020년 올림픽까지 감독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어 “연봉이 얼마냐”, “근무 시간이 얼마나 되느냐” 등의 질의를 이어가며 선 감독을 압박했다.
그러면서 선 감독을 연봉은 많이 받으면서 TV 시청으로 편하게 근무하는 적폐 세력으로 몰리기까지 했다.
이에 선 감독은 “감독의 무한책임을 회피해 본 적이 없다”며 “다만, 선수 선발과 경기 운영에 대한 감독의 권한은 독립적이며 존중되어야 한다”고 항변했다.
국감을 마친 뒤에도 손 의원은 페이스북에 "선 감독을 선의의 피해자로 본 내가 바보였다"며 "우리나라 야구의 앞날이 저런 감독에게 달려있다니요"라는 내용의 글을 게시하며 공세를 이어갔다.
당시 야구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질의를 했다며 역풍을 맞았던 손 의원은 선 감독의 사퇴 결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후폭풍에 다시 휘말리는 중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지난 14일부터 15일까지 손 의원의 사퇴와 제명 등을 요구하는 청원글이 다수 게재됐다.
한 청원자는 "어느 종목, 어느 대회건 쉬운 우승은 없다"며 "선 감독이 도덕적으로 책임져야 할 부분이 있지만 손 의원의 발언은 스포츠를 모독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다른 이들도 "수십년 넘게 사람들에게 희망을 준 선동열 감독을 깔아뭉게도 되는지 의구심이 든다", "너무 심했다"라고 입을 모아 지적했다.
손 의원은 선 감독의 사퇴로 15일 오전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 리스트에 자신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을 때 페이스북에 국민연금과 관련한 짧은 글 하나를 올렸다.
전날 오후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가 출연한 KBS 1라디오 '정준희의 최강시사' 인터뷰 기사를 링크에 걸고 “국민연금에 관한 한 주 전 대표보다 더 깊이 있는 분석과 해결방안을 제시한 경제학자는 본 적 없다”고 썼다.
한편 이번 선 감독의 사퇴로 한국 야구 대표팀은 2019 '프리미어12'와 이듬해 일본 도쿄 올림픽 준비에 차질이 생기게 됐다.
선 감독은 현역 시절 프로야구에서 146승, 132세이브, 평균자책점 1.20의 눈부신 성적을 남긴 ‘국보 투수’다. 지난해 7월24일 사상 첫 야구 대표팀 전임 감독으로 취임했다.
2020년 도쿄올림픽까지 대표팀 운영의 전권을 부여받았지만 2018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선수선발 논란에 발목이 잡혀 16개월 만에 자리를 내놓았다.
장혜원 온라인 뉴스 기자 hodujang@segye.com
사진=손혜원 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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