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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충무로에서] 생존 위한 파나소닉의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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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일본 파나소닉이 지난달 말 창립 100주년 행사를 대대적으로 열었다. 100년이나 살아남은 것도 흥미롭지만 세계 최고 가전 업체에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뻔한 운명을 맞았다가 핵심 사업을 바꿔 살아남은 롤러코스터 같은 역사도 시사점이 적지 않다.

쓰가 가즈히로 파나소닉 사장은 창립행사에서 40여 분간 기조연설을 통해 "가전 시대에는 파낙소닉을 알기가 쉬웠지만 지금은 전기차 배터리, 전장부품, 공장 솔루션 등으로 사업이 넓어져 (어떤 회사인지) 잘 보이지 않게 됐다"는 표현으로 살아남기 위해 얼마나 많은 변화를 거쳤는지를 전했다.

이 회사의 스토리는 대략 이렇다. 일본 전설적 경영자 마쓰시타 고노스케가 1918년 설립한 파나소닉은 가전을 무기로 소니·샤프 등과 함께 1990년대까지 일본 경제성장을 이끌며 글로벌 전자산업을 주도했다.

하지만 기술력과 모노즈쿠리(モノづくり·일본 장인정신)에 심취했던 탓인지 2000년대 들어 삼성·LG·샤프·소니 등이 LCD에 가담할 때 소비자 요구와 시장 대세를 읽지 못하고 PDP를 고집하다 일을 그르친다. 삼성·LG 등에 치여 글로벌 가전 시장에서 별 힘을 쓰지 못하다가 2011년 4조원에 가까운 적자를 보고, 이듬해 쓰가 사장이 구원투수로 등판해 회사의 변신을 꾀한다. 이후 가전 비중을 줄이고 자동차 배터리·전장부품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하면서 생존의 길을 찾았고, 이게 성과를 내 지금은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과거 가전에서 한국의 공세를 겪었듯이 지금은 전기차 배터리에서 중국에 쫓기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창립 100주년을 맞은 파나소닉은 생존을 위해 또다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쓰가 사장은 파나소닉 서비스·사업 변신의 지향점으로 '생활 업데이트'를 제시했다. 가전 시대에는 단순하게 4개 기능을 5개로 늘리면 인정받는 '업그레이드'가 각광받았다면, 이제는 개인의 시간·상황·경험에 맞춰 서비스를 확대·축소·변화시키는 '업데이트'를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모노즈쿠리 역시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생활 개선'을 위해 필요한 수단으로 표현했다. 쓰가 사장은 또 국경을 넘어 '생활 업데이트'를 실현해줄 파트너를 찾겠다고도 했다.

쓰가 사장의 비전과 변신 중에는 한국 기업들이 이미 현장에서 실천하고 있는 것들도 있다. 우리가 주목할 것은 파나소닉의 비전 자체보다 살아남기 위해 택했던 변신의 몸부림이다. 파나소닉이 한국에 쫓겼듯이, 우리는 중국에 추격당하고 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변해야 하는 날이 올 수 있고, 그때는 파나소닉처럼 과감하게 변신할 수 있어야 한다. 100년이나 살아남는 기업은 쉽게 나오는 게 아니다.

[김규식 산업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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