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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이슈 강제징용 피해자와 소송

'반인도적 행위' 강조한 대법, 사실상 “강제징용=전쟁범죄”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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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침략은 불법, 강제징용은 반인도적 행위” 수차례 강조

피점령지 민간인 강제동원 및 가혹한 노동강요는 국제법상 전쟁범죄

아시아경제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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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장용진 기자] 30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내린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판결의 핵심은 ‘강제징용은 반인도범죄이자 불법행위’라는 점이다. 1965년에 체결된 한일협정과 한일청구권협정은 정상적인 채권-채무관계를 정리하기 위한 것이어서 ‘불법행위’에 기인한 위자료 청구는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이 대법원이 설시한 법리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다수의견을 통해 "일본정부의 한반도에 대한 불법적인 식민지배 및 침략전쟁의 수행과 직결된 일본기업의 반인도적 불법행위를 전제로 하는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위자료 청구권은 한일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라고 판결했다.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임금이나 보상금 청구권 등 일반적인 채권-채무관계는 소멸했는지 몰라도 한반도 지배권 강탈과정에서의 불법행위와 반인도범죄 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권은 여전히 남아있다는 판단이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따르면 대부분 무슨 일을 하는 지, 어디로 가는 지도 모른 채 끌려갔으며, 그토록 생지옥과 같은 곳에서 일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해 본적도 없다고 입을 모은다. 그 가운데에는 당시 16~18세의 미성년자도 포함돼 있었고, 이들은 지하 수백미터의 탄광 막장에서 식사도 제대로 제공받지 못한 채 강제노동에 시달렸다.

일부는 생명과 신체의 위협을 느끼기도 했고, 실제로 수만명이 숨지기도 했다. 외출이 제한된 것은 물론이고 탈출하다 적발되면 혹독한 구타를 당하는 등 사실상 구금상태에서 강제노역을 했다.

대법원은 이 같은 행위가 명백히 '인도에 반하는 죄(crimes against humanity)'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국제법상 명백하게 금지된 강제노동(forced labor)이자, 피점령국 민간인에 대한 부당한 처우, 인종적·집단적 가해행위에 속하기 때문이다. 대법원이 '한반도 지배권 강탈 과정이 불법이었다'고 강조한 것도 이 같은 반인도적 행위(인도에 반하는 죄)의 기반이 되는 지배권 행사 역시 불법이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대법원이 이처럼 한반도 강점의 불법성과 강제징용의 ‘반인도성(crimes against humanity)’를 강조한 것은 일제 강점기 일본정부의 노동력 동원과 일본기업의 노동강요(forced labor)가 사실상 전쟁범죄에 해당한다는 판단이 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930년에 발효된 ILO의 ‘강제노동 금지협약‘과 ‘국제인권선언’ 등을 살펴보면 피점령지 민간인들을 전쟁수행 행위에 동원하거나 강제노역을 시킨 경우, 피점령지 민간인에 대한 비인간적 구금과 강제적 노동은 전쟁범죄(war crime)에 해당하며, 가해자는 전범으로 처벌된다. 전범에 대한 처벌은 시효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언제든 국제법정이나 피해국의 법정에 세울수 있을 뿐 아니라 손해배상을 강제하는 것도 가능하다.

대법원은 이처럼 강제징용의 불법성, 나아가 ‘전쟁범죄‘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판결을 내림으로서 향후 거세질 것으로 보이는 일본 측의 반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려 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향후 국제사회에서 이 문제가 본격 거론될 것을 대비해 일본의 전쟁범죄가 거론될 수 있는 여지를 확보한 것이라는 풀이도 나온다.

사단법인 국제법률전문가협회 김기태 상근부회장(45, 미국 뉴욕주 변호사)는 “대법원이 일본의 강제징용을 반인도적 불법행위로 규정한 것은 향후 이 문제와 관련한 국제적인 논의에서 중요한 논거가 될 것“이라면서 “한일협정 때문에 소극적일 수 밖에 없었지만 법리적 근거를 확실히 한 이상 앞으로는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된다”라고 말했다.

장용진 기자 ohngbear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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