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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

"드루킹, 김경수 킹크랩시연 때 '극비' 부분서 모두 나가라고 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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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드루킹 댓글’ 오전 공판을 마친 뒤 점심을 위해 법원에서 나오고 있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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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경남지사의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 첫 공판이 열린 29일 법정에서는 김 지사가 드루킹 김동원(49)씨 일당 앞에서 댓글 조작 프로그램인 ‘킹크랩’ 시연을 직접 봤는지 여부를 놓고 치열한 공방이 이어졌다. 이 문제는 김 지사가 이들의 댓글 조작 과정에 개입여부를 알 수 있는 중요한 정황이다.

허익범 특검팀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32부(재판장 성창호) 심리로 열린 김 지사의 첫 공판에서 드루킹 측근 ‘서유기’ 박모(30)씨를 증인신문했다. 박씨는 드루킹 일당의 파주 느릅나무 사무실 ‘산채’에 기거하며 자금조달과 사무실 운영 등을 담당한 인물이다.

이날 공판에서 특검팀은 드루킹이 김 지사를 산채로 불러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조직을 소개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는 ‘2016년 11월 9일’에 대해 집중적으로 신문했다. 특검팀은 김 지사가 산채를 찾아 킹크랩 시연회를 직접 본 뒤, 일당의 포털 댓글 조작 작업을 동의·시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박씨 증언에 따르면 당시 김 지사가 느릅나무 사무실을 방문한 것은 "킹크랩 시연을 보고, 경공모를 알리기 위해 브리핑하기 위한 자리였다"고 한다. 드루킹은 김 지사가 사무실을 방문하기로 한 11월 9일까지, 박씨에게는 문건 자료를 준비하도록 하고 둘리 우모씨에게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완성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박씨는 "김 지사에게 보고한 문건은 보안성 강화를 위해 ‘킹크랩 극비’라고 표시했다"고 했다.

특검팀은 이날 법정에서 박씨가 시연회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증언하는 모습을 연출하려고 했다. 박씨는 시연회가 있었다는 당일 드루킹의 지시로 김 지사 앞에서 노트북으로 빔 프로젝터 화면을 띄우고 스크롤을 내리는 역할을 했다. 박씨는 "그러다 ‘킹크랩 극비’라는 항목이 나오자 드루킹이 김 지사 외 모두 강의장에서 나가라"고 지시했고, 이후 둘리만 드루킹의 지시에 따라 댓글조작에 사용되는 휴대전화(일명 잠수함)를 가지고 들어갔다"고 했다.

박씨는 이런 과정이 모두 사전 예행연습을 거친 것이라면서 "(당시 드루킹 등이 김 지사에게) 킹크랩의 시연을 했다고 생각하느냐"는 특검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그는 "다음날 드루킹이 ‘(킹크랩은) 김 의원 허락이 있어야 개발할 수 있는 문제다’라고 하면서 ‘허락하시면 고개 끄덕여달라고 했다’라고 전해들었다"고 말했다. 이후 김 지사로부터 댓글 작업의 허락을 받았다는 취지의 말을 전해들었다는 증언도 했다.

그는 2017년 2월에는 김 지사의 전 보좌관인 한모씨도 산채에 찾아왔고, 드루킹과 함께 킹크랩을 시연해줬다고 진술했다. 이어 박씨는 드루킹으로부터 "김 지사가 한씨에게 ‘산채에 가면 재미있는 일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는 말을 전해들었다"면서 "(킹크랩) 시연을 본 한씨가 ‘오오’라는 감탄사를 뱉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이에 대해 김 지사 측 변호인단은 반대 신문에서 "경공모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하던 일을, 외부인인 김 지사의 허락을 구해야 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경공모 일당들은 킹크랩 이전부터 이른바 ‘선플 운동’이라는 불리는 댓글 작업을 해왔는데, 굳이 킹크랩 구동에 있어서 김 지사의 허락을 받아야 했느냐는 취지의 주장이다.

김 지사 측 변호인단은 또 박씨가 수사 과정에서 몇 차례 거짓 진술을 한 점, 박씨가 많은 증언에 있어 드루킹의 의중을 전언(傳言)으로 진술한다는 점, 킹크랩 시연일 당시 있었던 경공모 회원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기억하지 못한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박씨 증언의 신빙성을 무너뜨려 김 지사의 혐의가 성립 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려 한 것이다.

[김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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