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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오바마, 클린턴, CNN 등 겨냥한 동시다발 폭탄소포 발송...중간선거 변수될지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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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6일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등 민주당 고위 인사들에게 폭발물이 든 소포가 잇따라 발송돼 연방수사국(FBI)가 수사에 착수했다. 민주당의 주요 기부자인 조지 소로스와 민주당 성향의 캐이블텔레비전 CNN 뉴욕지국에도 폭팔물 소포가 배달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서 정치적 폭력이 발붙일 곳은 없다”며 단합을 호소했다. 폭탄 소포가 중간선거 막판 변수로 등장했다.

전직 대통령을 경호하는 미 비밀경호국은 24일(현지시간) “오바마 전 대통령과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및 부인 힐러리 클린턴 전 장관의 자택에 배달될 수 있는 잠재적 폭발물을 각각 탐지해 차단했다”고 밝혔다. 비밀경호국은 성명에서 “해당 소포들은 일상적인 우편물 검사 절차에서 폭발성 장치로 즉시 확인돼 적절하게 처리됐다”며 “경호대상자들은 소포를 받지 못했고 받을 위험도 없었다”고 말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워싱턴에 자택이 있고, 클린턴 전 장관은 뉴욕시 교외에서 거주하고 있다. 오바마 전 대통령 자택이 수신처인 소포는 이날 오전에, 클린턴 전 장관 자택으로 보내려 한 소포는 전날 저녁에 각각 발견됐다. 앞서 22일에는 민주당의 주요 기부자인 억만장자 조지 소로스의 뉴욕 자택으로 이와 유사한 형태의 폭팔물이 전달됐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이날 오전 뉴욕 맨해튼의 타임워너 빌딩 지하 CNN 우편물 보관서에서도 폭발물이 발견됐다. 이 빌딩에는 CNN 뉴욕지국이 입주해 있다. 우편물에는 CNN에 자주 출연해온 존 브레넌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수신자로, 민주당 소속 와서먼 슐츠 하원의원의 플로리다 주소가 반송 주소지로 각각 적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브레넌 전 국장은 오바마 행정부에서 CIA 국장을 지냈으며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해오다 기밀취급권을 박탈당했다. CNN 지국에는 백색 분말 가루도 별도로 발송된 것으로 전해졌다. CNN은 뉴욕지국 직원들을 건물 외부로 대피시켰다. 제프 저커 CNN 사장은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전 세계 지국에서 각별한 주의를 기울일 것을 당부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부터 CNN 방송국까지 전달된 폭탄 소포는 다소 조잡한 형태의 파이프 폭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후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저격수로 꼽히는 민주당의 흑인 정치인 맥신 워터스 하원의원에게 보내는 의심스러운 소포가 의회 우편물 관련 시설에서 사전에 차단됐다. 워터스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을 주장해온 인물이다.

FBI는 오바마 전 대통령의 러닝메이트였던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앞으로 보내진 것으로 보이는 수상한 소포도 추적 중이라고 로이토 통신은 이날 보도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미국 민주당의 차기 대권 잠룡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수사 당국은 일련의 사건들이 동일범의 소행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 경찰의 반테러 책임자인 존 밀러는 모든 폭발물이 한 명 또는 복수의 동일한 용의자로부터 발송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연방 관리들을 인용해 폭발물의 스타일이 매우 유사하지만 정교하지는 않다고 전했다. 이번 수사에는 FBI와 비밀경호국, 뉴욕경찰, 주류·담배·화기류 단속국(ATF) 등이 참여하고 있으며, 폭발물은 FBI가 수거해 분석 작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열린 마약성 진통제 오피오이드 퇴치 행사에서 “오늘 있었던 클린턴, 오바마 전 대통령과 그 가족들, 공직자 등에 대한 공격 시도에 대해 잠깐 말하고 싶다”면서 “우리는 이 비겁한 공격을 용납할 수 없으며, 폭력을 선택한 모든 사람들을 강력히 비난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서 정치적인 폭력 행위나 위협이 발붙일 곳은 없다는 매우 분명하고 강력하며 오해의 여지가 없는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면서 “지금은 우리 모두 단결하고 함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미국민의 안전은 나에게 절대적인 최우선 순위”라며 “사건 수사에 온 힘을 쏟고 있으며 비열한 행위에 대한 법적 책임을 반드시 묻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위스콘신주 모사이니에서 열린 중간선거 지원유세에서는 폭탄 소포와 관련해 “언론도 목소리를 누그러뜨리고 끝없는 적대감, 부정적인 거짓 공격(false attacks)을 중단할 책임이 있다”며 화살을 언론으로 돌리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에 비판적인 CNN 등의 언론을 가짜뉴스라고 비난해왔다.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오바마 전 대통령, 빌 클린턴 전 대통령, 힐러리 클린턴 전 장관과 다른 공인들에 대한 폭력적 공격을 규탄한다”면서 이를 저지른 사람은 법의 최대 한도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출신 두 전직 대통령과 대선후보 및 친민주당 인사와 방송국에 대한 동시다발적인 정치 테러 시도가 10여일 앞으로 다가온 중간선거에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백악관이 폭탄 테러 발송을 정치적 테러로 규정하고 철저한 진상조사를 다짐한 것도 선거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자칫 미온적 대응으로 비쳤다가는 중간선거에 돌발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반대파들을 향한 전투적인 어조와 레토릭(수사)에서 급선회했다”고 보도했다.

공화당은 한 발 더 나아가 이번 사태를 테러로 규정하고 나섰다. 선거에 미칠 부정적 여파를 최소화하겠다는 의도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성명을 내고 “오늘의 국내 테러리즘 기도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스티브 스컬리스 공화당 하원 원내총무도 트위터에서 “범죄를 넘어선 순전한 테러의 행위들”이라며 “이 사악한 테러 행위들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은 끝까지 추적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도 파장을 주시하며 조심스런 대응을 보였다. 테러 타깃이 된 클린턴 전 장관은 이날 플로리다주의 한 후보자 모금 행사에서 “참으로 우려가 되는 시절”이라며 민주당에 대한 지원을 호소했다. 민주당이 대권 잠룡 중 한 명인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도 “사적인 시민과 공적인 관료, 언론 기관에 대한 폭력은 우리의 민주주의에서 발붙일 공간이 없다”고 말했다.

워싱턴|박영환 특파원 yh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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