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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복합쇼핑몰 의무휴업 논란…피해는 자영업자ㆍ소비자에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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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성장 막는 ‘붉은 깃발’ 규제③

평일인 지난 16일 서울 삼성동 스타필드 코엑스몰의 한 의류매장(전용면적 38㎡)을 찾는 손님은 많지 않았다. 이곳을 운영하는 이모(62)씨는 “평일과 주말의 매출 차이가 2~3배”라며 매출표를 기자에게 보여줬다. 10월 첫째 주 월ㆍ화요일은 각각 64만8000원, 42만5000원어치를 팔았는데 토요일에는 108만8000원, 일요일에는 124만3000원의 매출을 올렸다.

중앙일보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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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는 코엑스몰이 개장한 2000년부터 장사를 시작해 단 하루도 문을 닫은 적이 없다. 하지만 향후 복합쇼핑몰에도 의무 휴업이 적용되면 월 2회 쉬어야 한다. 대형마트에 적용하는 영업 규제를 복합쇼핑몰이나 아웃렛까지 확대하는 유통산업 발전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 중이기 때문이다. 대형마트처럼 일요일에 쉴 가능성이 높다. 이씨는 “복합쇼핑몰 바깥의 소상공인과 내부의 소상공인을 차별하는 조치”라며 “외국인의 방문이 줄면서 관광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복합쇼핑몰 규제의 취지는 주변 상권 보호다. 이는 복합쇼핑몰로 인해 기존 소상공인들이 사라지는 ‘내몰림 현상’이 나타난다는 진단에서 비롯된다. 지난해 중소기업중앙회의 복합쇼핑몰 주변 중소유통업자ㆍ소상공인 대상 실태조사에 따르면 66.3%가 복합쇼핑몰 진출로 점포 경영이 ‘나빠졌다’고 응답했다. 상권 보호 방안으로는 ‘대형마트 수준과 동일하게 의무휴무일 지정ㆍ영업시간 제한 적용 확대’(22%)를 가장 많이 선택했다.

그러나 진단이 잘못됐다는 연구들이 나오고 있다. 한국유통학회의 ‘한국 도시 상업 생태계에서의 복합쇼핑몰의 역할’ 보고서(정환 건국대, 안승호 숭실대, 안대용 중앙대 교수)에 따르면 장기적으로 복합쇼핑몰의 고객 수가 증가하면 주변 상권을 이용하는 고객 수도 증가해 ‘경쟁 관계’보다 ‘보완관계’가 더 큰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지난해 3월부터 1년 동안 스타필드 하남점과 주변 3㎞ 내 소매업종의 신용카드 데이터를 회귀 분석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두 상권의 보완관계 강도도 증가한다”는 게 보고서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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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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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가 신한카드 사용자들의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도 비슷하다.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 도입 이듬해인 2013년 29.9%였던 대형마트 소비 증가율은 2016년 -6.4%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전통시장도 동반 침체했다. 전통시장은 2013년 18.1%였던 소비 증가율이 2016년 -3.3%까지 떨어졌다.

애초 취지인 중소상인 보호 효과는 미미하고, 되레 대형마트와 전통시장 모두 소비가 위축된 결과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서 교수는 "출점 1년째 25.55명이었던 대형마트와 전통시장 동시 이용 고객 수가 출점 3년째 39.15명까지 늘어났다"며 '대형마트로 인한 이탈 효과보다 전통시장 고객을 늘려주는 집객 효과가 더 크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복합쇼핑몰은 관리만 대기업이 할 뿐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비율이 압도적이라 골목상권 보호라는 명분이 무색해진다. 신세계 스타필드, 롯데아울렛 등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입점 비율이 70%를 넘는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월 2회 강제 휴무할 경우 복합쇼핑몰 입점 소상공인들의 매출과 고용은 평균 5.1%·4%씩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무엇보다 소비자의 편익이 논의 대상에서 빠져있다. 폭염ㆍ한파ㆍ미세먼지가 심각해지면서 복합쇼핑몰에서 먹고 마시고 노는 문화가 빠르게 확산하는 상황에서 소비자의 선택권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안승호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는 “복합쇼핑몰은 온라인을 이용하는 소비자를 오프라인으로 끌어내는 유일한 유통 채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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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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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쇼핑몰 규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었다. 이 때문에 정부와 여당에서 부작용에 눈을 감고 법안을 밀어붙이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해외의 전통시장이나 골목상권은 자체 경쟁력을 가지고 소비자를 유도한다”며 “일률적인 규제보다는 도시 재생 측면에서 골목상권의 환경을 개선해 이들의 자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성화선 기자 ss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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