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문제로 주민 불화…복지관서 무료 사회화훈련
비싼 교육비·강아지 공장 만연…복지서비스 필요성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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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 개를 키우는 건 일종의 ‘도전’이다. 한 생명의 평생을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져야 하고, 아무 데나 싸고 아무 때나 짖는 개에게 예절을 ‘가르쳐야’ 하기 때문이다. 가정과 사회(동네)에서 해야 할 바른 태도를 배우지 못한 개와 함께 산다는 건 모두에게 피곤한 일이다. 그래서 반려견 사회화훈련을 두고 동물복지가 아닌 사회복지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서울시 노원구 중계3동 중계주공아파트 1단지의 이선희(60)씨는 5년을 키운 반려견 ‘강남’(수컷, 5살)이가 변하기를 바란다. 강남이는 어머니와 둘이 사는 이씨에게 소중한 가족이다. 다리가 불편한 이씨는 전동휠체어 앞 바구니에 강남이를 태우고 다닌다.
문제는 강남이가 이씨에게 지나치게 의존적이고 산책 중에 다른 개나 낯선 이들을 만났을 때 쉽게 흥분한다는 것이다. “강남이도 편하고 보호자도 편하”기 위해 이씨는 9월부터 매주 한 차례 복지관을 찾았다.
“우리 개는 왜 그럴까요?”
지난 10일 오후 중계주공아파트 1단지 중앙에 있는 마들사회복지관에선 ‘중계1단지 주민과 반려동물이 함께 하는 행복지원 프로젝트 “함께하개냥?”’ 수업이 진행 중이었다. 이씨 품에 안겨 바들바들 떨고 있던 강남이와 마노(2살 수컷, 요크셔테리어) 등 4마리의 반려견과 이씨를 포함한 주민 10명이 수강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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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호 마들사회복지관 팀장은 “임대아파트단지라 저소득층 노인이 많다”고 귀띔했다. 주민들을 돕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한국성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3학년 이성경(22)씨는 “강아지를 좋아하지만 키우지 않는 할머니, 키우던 강아지가 무지개다리를 건너자 입양을 준비하는 할머니도 온다. 이곳에 오면 주민들이 동물을 통해 서로 소통하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오줌은 잘 누는데 똥은 가끔 이불에 눠요.”
“사람만 보면 오줌을 지려요.”
“이제 생후 2개월인데 벌써부터 그 짓(마운팅)을 해요.”
주민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반려동물문화교실 권혁필 대표는 “가끔 실수하는 건 문제행동이라고까지는 볼 수 없고 심리적 이유”라고 짚어주었다. 또 “흥분과 두려움때문에 괄약근 조절이 안되는 경우에는 자극적 음식 앞에서 참고 기다리기 훈련을 추천한다”라고 말했다. 또 “중성화수술을 해도 마운팅하는 개들이 많다. 마운팅을 하는 물건을 높이 올려둔다. 그래도 보기 싫다면 마운팅을 할 때 처벌하듯 담요 위 작은 공간에 개를 격리해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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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는 이날 강남이가 공격성을 조절할 수 있도록 ‘클리커’(긍정적 행동을 했을 때 딸깍 소리를 내고 먹이를 주는 훈련에 사용하는 도구) 사용법을 배웠다. 이날 수업이 총 5번의 수업 중 4번째였다.
“반려견 갈등이 불화 씨앗될 수도”
복지관에서 반려동물을 위한 서비스를 기획하게 된 데에는 계기가 있었다. 지난해 추석 무렵 당시 노원구청장이었던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노원병)과 주민들이 만난 자리에서 한 주민이 치워지지 않는 개똥 문제를 거론했다. 개를 키우는 주민들과 개를 키우지 않는 주민들 사이의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다.
복지관 쪽은 반려동물이 주민의 삶의 질을 끌어올릴 수도 있고 떨어뜨릴 수도 있는 중요한 사회구성원으로 보았다. 차현미 마들종합사회복지관장은 “청소를 하는 것은 근본적 해결책이 되지 않았다. 반려견으로 인한 갈등이 지역 사회 화합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걸 처음 인식했다”고 말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노원교육복지재단으로부터 마을 반려견의 사회화훈련, 길고양이 중성화수술 등을 하기 위한 예산을 3년 동안 6270만원 지원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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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초기엔 동네에 반려인과 반려동물이 얼마나 사는지도 몰랐다. 김성호 한국성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와 학생들이 지난 3~4월 주민들을 직접 찾아가 반려동물 동거 여부를 물었다. 중계주공아파트 1단지 882세대 중 31.3%(276세대)가 조사에 참여했다. 반려동물이 있다고 답한 가구는 35세대, 12.7%였다. 개가 39마리, 고양이 4마리, 햄스터 1마리였다. 김성호 교수는 “주민 참여율이 낮았기 때문에 반려동물 숫자는 결과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2017년 12월 밝힌 통계를 보면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는 전체 가구의 28.1%다.
반려견 훈련, 사람을 위한 복지
복지관과 김 교수는 무료 반려동물 사회화훈련이 사람과 동물 모두를 위한 ‘사회복지서비스’라고 확신한다. 반려인이 한 회당 30만원을 육박하는 훈련 수업비를 감당하기도 벅찬 데다 강아지 공장이 있는 한국 상황에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강아지 사회화훈련은 생후 12주 안에 어미로부터 받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데, 한국은 강아지 공장에서 ‘대량 생산’되는 새끼 강아지가 바로 어미와 헤어진 후 펫샵에서 분양되는 경우가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이 시기를 잘 지낸 개가 드물다 보니 무턱대고 개를 입양한 이들에게 개의 이상행동은 부담이 된다. 이런 불협화음은 유기견 발생으로 이어진다.
이혜원 잘키움행동치료동물병원장은 “독일은 브리더가 사회화훈련을 시켜 보낸다. 한국같은 강아지 공장이 없고 브리더라도 교육을 받고, 소규모로 영업하기 때문에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반려견 사회화훈련이 사람을 위한 복지라는 인식은 이미 확산되고 있다. 각 지방자치단체도 예산을 투입해 비슷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는 추세다. 서울 강동구를 시작으로 서울시, 도봉구, 광진구, 경기도 용인시, 성남시, 수원시 등은 이미 무료로 반려견 사회화훈련을 하고 있다. 각 지자체가 쓰는 예산은 1년에 2~3천만원 정도다.
서울시에서 훈련 수업을 하는 ‘유기견없는도시’ 김지민 대표는 “수도권이 아닌 광주광역시, 부산 해운대구도 관심을 보여왔다. 아직 초기단계이다 보니 사회화훈련을 받으러 올 만큼의 의지를 가진 가정은 저소득층보다는 중산층이 많다”고 말했다.
글·사진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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