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정부 시절 온라인 댓글공작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는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지난달 5일 오전 서울 서대문 경찰청으로 출석하고 있다./사진=홍봉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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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과거 보수정권 시절 정부 옹호 댓글을 조직적으로 달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를 수사한 경찰청 특별수사단은 당시 지시를 내린 혐의로 조현오 전 경찰청장을 구속하는 한편 전직 지휘부 등 8명을 불구속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경찰청 특별수사단은 15일 이 같은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특별수사단은 올 3월부터 이번 사건 수사를 시작해 경찰과 군, 민간업체 등 압수수색 76회를 통해 압수물 1440점, 디지털 증거물 1만155점을 확보하고 참고인 430여명을 조사했다.
경찰에 따르면 조현오 전 경찰청장 등 경찰 지휘부는 2010년 2월부터 2012년 4월까지 서울지방경찰청 정보관리부, 경찰청 정보국·보안국·대변인실 등 부서 소속 경찰관 1500여 명을 동원해 댓글을 달았다.
경찰청 관계자는 "압수물 등 자료로부터 확인되는 실제 댓글이나 트위터 글은 1만2800여건이며 이와 별개로 보고서 내용으로 확인된 댓글 등을 추산하면 3만7800여건 상당"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경찰업무와 무관한 정부옹호(정치관여)적 행위 788건 △집회시위 관리 빙자 정부정책 옹호 5778건 △정치인·선거사범 등 수사 관련 대응 247건 △조 전 청장 개인 비호 664건 등이다.
경찰들은 온라인에서 제기되는 각종 정치‧사회적 이슈, 경찰 관련 기사에 일반 시민이 의사를 표명하는 것처럼 댓글과 트위터 글 등을 작성했다. 또 인터넷상의 투표활동에 참여해 정부‧경찰에 우호적 여론형성 활동을 펼쳤다.
댓글 공작에 나선 이슈는 천안함 포격, 연평도 포격부터 구제역, 대통령 탄핵, 김정일 사망, 희망버스까지 다양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부산지방경찰청에서는 희망버스 시위 여론대응을 위한 온라인대응팀을 만들어 1박 2일 철야 작업으로 집중 대응했던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경찰 신분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가·차명 계정, 해외 IP(인터넷프로토콜), 사설 인터넷망 등을 사용했다. 여론대응 관련 지시는 경찰 내부망, 업무용 동보 문자발송 시스템 등을 통해 이루어졌다. 일부 부서에서는 댓글‧트위터 글 등 대응 실적을 관리하고 평가에 반영하기도 했다.
특별수사단은 댓글 공작을 지시한 혐의로 당시 지휘부인 조 전 경찰청장을 구속했고 당시 경찰청 정보‧보안국장, 대변인, 부산지방경찰청장‧차장 등 관련자 10명(8명 불구속 기소의견 송치, 2명 수사 중)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사법처리 했다.
이번 수사에서 청와대가 경찰들의 댓글 공작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경찰청 관계자는 "경찰 회의자료를 보면 (청와대 회의참석자가) 청와대에서 인터넷 여론 대응을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말을 전한 자료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특별수사단은 전 경찰청 보안사이버수사대장인 민모 경정의 불법감청 사실을 확인했다. 조사에 따르면 민 경정은 2004년 12월 경찰청 보안사이버수사대가 납품받은 감청 프로그램을 2004년 12월부터 2010년 11월까지 법원의 영장없이 사용한 혐의다.
민 경정은 해당 프로그램으로 특정인의 게시글, IP나 이메일 수·발신 내용을 불법감청했다. 감청 대상은 인터넷에 대통령‧정부정책‧군 비난성 댓글을 게시한 네티즌(일명 블랙펜)들이다.
하지만 특별수사단은 민 경정에게 불법 감청을 지시한 윗선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특별수사단에 따르면 민 경정은 "보안사범을 검거하기 위해 그 정도까지는 허용되는 걸로 알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특별수사단은 민 경정과 함께 감청프로그램 업체대표 등 3명을 불구속 기소의견으로 송치하고 국군 관계자 등 2명을 수사 중이다.
특별수사단은 "사안의 중대성과 방대한 증거 관계, 일부 대상에 대한 계속 수사 필요성 등을 감안해 송치 후에도 일정 기간 수사팀을 운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민지 기자 mj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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