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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매경시평] 금리 올려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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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미국 연방준비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올려 한국은행 기준금리보다 0.50%포인트 내지 0.75%포인트 높다. 금리정책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거시정책 변수인 금리를 미시정책인 부동산 대책의 수단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용이 부진한 경기 상황만 놓고 보면 금리를 인상할 여력은 없어 보인다. 최저임금, 주 52시간 근무가 기업 경영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차입의존도가 높은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기업이 많다. 국제금리가 국내 금리보다 높아지면 외국 자금이 빠져나가고 국내 자금도 해외로 나갈 수 있다. 달러 자금의 유출 가능성을 고려하면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리는 게 옳은 선택으로 보인다.

금리 인상에 소극적인 입장은 '4000억달러가 넘는 외환보유액, 경상수지 흑자, 순채권국 지위를 감안할 때 금리차 재정거래에 따른 자금 유출이 일부 있어도 견딜 만하고, 경기가 좋지 않아서 금리를 올려야 할 필연성은 없다'고 읽힌다. 신뢰가 가는 주장 같지만 이론과 경험에 입각해 몇 가지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4000억달러가 넘는다지만 외환보유액은 아직 국제결제은행(BIS·Bank for International Settlement)에서 요구하는 적정 보유액 수준에 미달한다.

둘째, 소규모 개방경제(Small Open Economy)인 한국 경제는 '독자적인 금리정책을 수행할 수 없다'는 게 국제경제학자 다수의 견해다. 한국은 자본계정이 100% 개방되어 있고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 수준에 불과해 중앙은행이 국제금리 움직임과 동떨어진 금리정책을 펼 수 없다.

셋째, 부동산담보 가계대출이 많은 데다 부동산 가격을 낮추려는 정부의 노력이 부동산 버블 붕괴를 부를 수도 있는 상황에서 대외 금리차를 방치하는 것은 '부동산 가격 붕괴-금융기관 자본적합비율 급락-해외 차입처 자금 회수-외환 부족'으로 진행하는 스칸디나비아형 외환위기를 가속화할 잠재적 위험이 있어 대외 금리차를 되도록 빨리 해소해야 한다.

넷째, 현 금리 수준은 위기 상황에서 책정되어 비정상적으로 낮다. 기회가 될 때 정상화해야 경기 활성화를 위해 금리를 내릴 여지가 생긴다. 금리의 정책 기능을 확보하기 위해서 이번에 금리를 올려야 한다.

다섯째, 세계 제1위 경제대국인 미국의 금리가 한국보다 높다는 것은 어색하기 짝이 없는 상황이다. '한국 금리 수준=미국 금리 수준+국가신용위험 차이'여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국가신인도가 미국보다 높다고 할 수는 없다. 금융통화위원회는 적어도 미국 수준만큼 금리를 올리는 조치를 가급적 빨리 취해야 한다.

여섯째, 소규모 개방경제에서 대내균형과 대외균형이 충돌할 때 대외균형을 앞세워야 한다고 국제경제학 교과서에 쓰여 있다. '정권 치적으로 국민소득 1만달러를 실현한다'는 목표를 달성하려고 원화가치를 비정상적으로 높게 유지하며 경상수지 적자를 방치해 단기 외채가 누적되고 1997년에 외환위기가 왔다. 종합금융사를 외환위기 주범으로 보고 금융관료들을 징벌한 것은 국제금융 지식이 부족한 탓이었다. 경상수지 적자가 나니까 외화자금이 부족해 종금사를 중개로 해외 차입이 일어났던 것이라 종금사는 죄가 없다. 거시경제 운용의 결과로 해외 차입이 일어나는 것인데 인과관계가 뒤집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으로 소규모 개방경제로 들어섰는데도 대내균형(국민소득)을 대외균형(경상수지)보다 우선시하는 오류를 범한 경제관료들이 외환위기를 불렀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불균형 누증 해소 필요성을 내비쳤는데 해소 시점을 더 이상 미루면 안 된다. 금융통화위원회는 경제 이론과 김영삼정부의 거시경제 정책 실패 경험을 고려해 과감한 금리 인상을 결행해야 한다.

[최중경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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