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6 (수)

[시가 있는 월요일] 나의 크기는 내 시선의 크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내 마을은 다른 어떤 땅보다 크다.
왜냐하면 나의 크기는
내 키가 아니라
내가 보는 만큼의 크기니까….
하지만 도시에서의 삶은 작다.
커다란 집들이 열쇠로 전망을
잠가 버린다.
우리가 볼 수 있는 크기를 앗아 가기에,
우리는 작아진다.
우리의 유일한 부는 보는 것이기에
우리는 가난해진다.

-페르난두 페소아 作
<양 떼를 지키는 사람> 중

포르투갈 시인 페소아의 시다. 페소아는 천재적인 사유의 소유자였다. 그의 시는 늘 기발했고 다른 사람은 따라가지 못할 새로운 차원에 도달해 있었다.

'나의 크기는 내 키가 아니라 내가 보는 만큼의 크기'라는 규정은 매우 설득력이 있다. 이 규정을 통해 페소아는 물질 문명의 한계를 질타한다. 물질적 부의 상징인 도시가 우리 시선을 앗아감으로써 오히려 우리를 가난하게 만들었다는 그의 언술은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그렇다. 우리는 시선을 빼앗긴 삶을 살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오늘부터는 하늘이라도 올려다봐야겠다.

[허연 문화전문기자(시인)]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