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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사우디 언론인 실종 후폭풍…'사막의 다보스'도 차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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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기업 '엑소더스' 가속화…김용 총재 등 불참 의사

사우디 정부는 의혹 부인 "근거없는 거짓말"

뉴스1

사우디아라비아의 실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 News1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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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터키 주재 사우디 영사관에서 피살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외국기업들의 엑소더스(Exodus, 대탈출)가 가속화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AFP 통신,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외국 투자자와 기업들이 사우디의 실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주도하는 국책 사업 참여 여부를 재검토하고 있다.

리처드 브랜슨 영국 버진그룹 회장은 이날 홈페이지에 "카슈끄지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사우디 관광 프로젝트 이사로서의 업무를 중단하겠다"며 "버진 계열 항공우주회사인 버진갤럭틱과 버진오빗에 대한 PIF 투자 논의도 보류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사우디 신도시 건설 프로젝트 '네옴'(Neom)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어니스트 모니즈 전 미국 에너지장관은 '네옴'과 관련한 자문이사 역할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샘 알트만 와이콤비네이터 사장과 닐리 크뢰스 전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부의장은 "카슈끄지 실종 사건에 대한 새로운 사실이 알려질 때까지 자문역을 보류하겠다"고 전했다.

오는 23~25일 사우디 리야드에서 열리는 국제 투자회의 '미래 투자 이니셔티브'(FII)도 불참자가 속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FII는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제임스 다이몬 JP모건체이스 회장 등 재계 거물급 인사가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막의 다보스'로 기대를 모았었다.

김용 전 세계은행 총재, 브랜슨 회장, 다라 코스로샤히 우버 최고경영자(CEO)는 리야드 투자회의에 이미 불참 의사를 밝혔다.

코스로샤히 CEO는 "카슈끄지 사건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다른 증거가 나오지 않는 한 행사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총재 역시 FII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사우디 정부에 통보했다. 김 총재는 이날까지만 해도 FII 홈페이지에 확약된 연사로 올라가 있었으나 명단에서 사라졌다.

FT, 뉴욕타임스, 이코노미스트, 불룸버그 등 주요 언론사들도 보이콧을 선언했다.

외국 기업의 보이콧은 사우디 입장에서는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FT는 전망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석유 중심의 산업 구조를 개혁하기 위해 사우디 국부펀드인 공공투자펀드(PIF)를 앞세워 세계적인 정보기술(IT)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2025년 완공을 목표로 5000억달러를 들여 '네옴'을 건설할 계획이다.

워싱턴포스트(WP)에 사우디 왕실을 비판하는 기고문을 게재해온 카슈끄지는 지난 2일 터키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을 방문했다가 실종됐다.

사우디는 카슈끄지가 결혼 서류를 위한 작업을 마치고 영사관을 떠났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지 CCTV에는 그가 영사관을 나서는 모습이 포착되지 않았다.

터키 정부는 카슈끄지가 영사관에 들어간 지 2시간 안에 사우디 요원들에 의해 살해된 것으로 보고 있다. 터키는 카슈끄지가 실종되던 날 15명으로 구성된 사우디 정보요원들이 터키에 입국했다가 당일 출국했다는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다.

사우디 정부는 카슈끄지 암살 의혹에 대해 '근거 없는 주장이고 거짓말'이라고 강력 부인하고 있다.
angela02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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