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16 (일)

[단독] 육사 부지에 아파트 3만가구… 국방위 국감서 첫 논의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서울 도심 유일한 軍교육시설/ 참여정부서 논의후 흐지부지/ 동두천, 충남도 등 지자체 유치 경쟁/ 하태경 의원, 국방위 국감서 첫 공식언급 / 국방장관 “이전 계획 없지만 공감대 형성하면서 검토해야”/ “토지비용 들지 않고 입지 좋아”/ “정작 미래 수요와 불일치 우려”/ 전문가 당위론 vs 신중론 갈려

서울의 집값 폭등으로 신규 주택 공급론이 힘을 얻는 가운데 ‘육군사관학교 이전’ 논란이 국정감사에서 거론됐다. 서울 등 수도권에만 여의도 면적의 4.6배가 넘는 미사용 군용지가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돼 향후 정부의 추가 주택 공급책에 군용지가 포함 여부에 관심이 집중된다.

12일 국방부가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방부 소유의 전국 미사용 군용지는 총 2721만㎡(약 823만평)에 달한다. 여의도 면적의 9.4배다.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면적만 살펴보면 1346만㎡(약 407만평)로 여의도 면적의 4.6배다.

지역별로는 서울 35만㎡, 경기 1286만㎡, 인천 25만㎡ 등이다. 수도권 면적만 따져봐도 지난 9월21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서울 주택공급 확대 방안에 담긴 개포동 재건마을(1만3000㎡)이나 성동구치소 부지(5만2000㎡)의 200배가 넘는다.

특히 서울 내에는 성동구치소보다 큰 2만㎡ 이상 중대형 미사용 군용지만 3곳이 있다. 서초구 구 정보사 부지(9만1000㎡), 동작구 현충원 등산로(3만㎡), 도봉구 구 화학부대 부지(2만㎡) 등이다. 이를 성동구치소 규모의 주택을 공급한다고 단순히 계산하면 정보사 부지는 2274∼2380호, 동작구는 750∼784호, 도봉구는 500∼523호를 공급할 수 있다.

세계일보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이 지난 10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의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정경두 국방부 장관에게 질의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하 의원은 미사용 군용지 외에 이전시 대규모 택지로 활용이 가능한 육사 부지에 대해 국방부 장관에게 정식 질의했다. 208만㎡(약 63만평) 규모인 육사를 개발할 경우 단순히 아파트를 공급한다는 가정하에 약 3만호를 지을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반환 예정인 용산 미군기지의 면적이 243만㎡(73만5000평)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서울에 마지막 남은 대규모 개발가능 부지인 셈이다. 현재 지역 주민들은 단순 주택공급 대신 업무지구를 포함한 복합 개발을 원한다는 국민청원을 청와대 게시판에 올리고 있다.

하 의원은 지난 10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국방위 국정감사에서 정경두 국방부 장관에게 “서울의 집값이 큰 문제다. 국토부 공공택지 협의 과정에서 국방부는 내어줄 땅이 없다고 답변했다고 하는데 맞느냐”고 질의했다.

이에 정 장관은 “국방부 소유 유휴지나 군용 택지가 있는지 확인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하 의원은 이어 “서울에 정보사 부지, 현충원 등산로, 도봉구 구 화학부대 부지 등 부지가 많다. 예를 들어 육사 옆에 태릉골프장이 있다. 서울 근교는 이미 골프장이 많다. 그 골프장부지만 택지로 써도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정 장관은 “좋은 제안을 해주셨기 때문에 확인하겠다”고 답변했다.

세계일보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지난 10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의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국방위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하 의원은 계속되는 질의에서 “육사는 지금 충남도와 경기 동두천에서도 서로 유치를 희망한다. 국가 미래를 위해서, 젊은이들의 미래를 위해서 확인을 해달라. 박수를 많이 받을 수 있다. 젊은이들이 희망이 있어야 안보 의식도 커지는 것 아니겠느냐”며 육사 이전 계획에 대해 물었다.

정 장관은 “육사는 현재 이전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많은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검토를 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동안 육사 출신의 국방부 장관들과 달리 공군사관학교 출신인 정 장관은 국방부 장관으로는 처음으로 육사 이전에 대해 검토할 수 있다는 의향을 밝힌 것이다. 육사 이전은 참여정부(2003∼2008년) 시절 여당인 열린우리당을 중심으로 처음 논의가 진행됐다가 정권이 바뀌면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세계일보

하 의원은 “수도권 국공유지를 매입해 보다 싼값에 공공주택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아파트 공급 방식은 싱가포르처럼 환매조건부, 즉 정부에 정가로 되파는 것을 조건으로 공급해야 한다. 국방부는 수도권에 미사용 부지를 대규모로 보유한 대표적 부처다”라고 강조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육사 이전에 대해 검토해볼 가치가 있는 대책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김용창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서울 한복판에 이만한 장점을 지닌 공급지가 없는 것은 사실”이라며 “이전 타당성을 면밀히 조사해야겠지만 육사 이전은 충분히 검토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일정부분이라도 서민임대주택이나 일반분양주택으로 개발한다면 집값 상승 압력을 조금은 누그려뜨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도 “공공입지는 토지비용이 들지 않기 때문에 서울 시내 좋은 공급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장기적 안목에서 공급 대책을 검토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강영훈 부동산스터디 대표는 “공급 확대 요구가 높아지면 육사 부지도 충분히 대안으로 검토될 수 있다”면서도 “정부가 장기적 안목에서 공급 대책을 내놔야지 너무 시류에 편승하면 수년 뒤에나 공급되는 물량이 미래의 수요와 불일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에 남아 있는 국방교육시설은 육사가 유일하다. 앞서 경기 고양시에 있던 국방대는 지난해 충남 논산으로 이전을 완료했고, 서울 동작구 대방동에 있던 공사는 1985년 충북 청주로 이전했다. 해군사관학교는 설립 당시부터 경남 진해에 자리를 잡았다. 육사는 1946년 개교해 시설이 노후화했고 넓은 부지에 비해 사관생도 1000여명과 관련 병력 등 총 4000여명이 주둔하고 있어 토지이용 효율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조병욱·홍주형 기자 brightw@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 Segye.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