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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에 정책 주도권 뺏길라…종부세·상속세 감세카드 꺼낸 용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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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성태윤 정책실장(사진)이 16일 KBS일요진단에 출연해 상속세를 30%까지 낮추고 종부세를 사실상 폐지하는 감세 카드를 꺼냈다. 사진은 지난달 대통령실 청사에서 의대정원 관련 브리핑을 하던 성 실장의 모습. 대통령실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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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이 종합부동산세와 상속세 완화 등 세제 개편 논의 시동을 걸었다. 22대 국회 개원 즈음해 더불어민주당이 종부세 완화를 언급하자 "관련 논의를 환영한다"는 기류였던 대통령실이 이젠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는 모양새다.

성태윤 정책실장은 16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종부세는 사실상 전면 폐지가 바람직하다”며 “상속세율은 30% 내외까지 인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소득세와 관련해선 “폐지가 정부 입장”이라고 재확인했다.

대통령실이 종부세·상속세 완화를 실명으로 언급한 것이나 구체적인 수치와 방법론까지 언급한 것 모두 이번이 처음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구체적인 개편안은 7월 이후 결정될 예정으로, 확정되지는 않았다”면서도 “세제 개편 드라이브의 신호탄으로 봐달라”고 했다.

성 실장은 '종부세 사실상 폐지'에 대해 “당장 폐지하면 지방세 세수 문제가 있어 초고가 1주택자와 보유 주택의 가액 총합이 아주 고액이신 분들은 세금을 내게 하더라도, 보유 주택 가격이 아주 높지 않은 분들에 대한 종부세는 폐지하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폐지 근거로는 종부세 부담이 임차인에게 전가될 우려와 주택가격 상승에 따른 과도한 세 부담을 들었다. 그러면서 “장기적으로는 종부세 제도를 전면 폐지하고,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재산세에 일부 흡수해 이중과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 실장은 상속세와 관련해선 2단계 개편 방안을 제시했다. 먼저 세율 인하 및 일괄 공제를 확대한 뒤, 유산 취득세와 자본 이득세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성 실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상속세가 26% 내외로 추산되기 때문에 30% 내외까지 인하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5억원인 상속세 일괄 공제도 바꿀 때가 됐다. 아파트 한 채 물려받는데 과도한 상속세 부담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상속세 최고세율은 50%(30억원 초과)다. 대주주로부터 상속을 받을 경우 할증이 붙어 최대 60%의 세율이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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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지난 1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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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실장은 상속세율을 낮춘 이후에는 “유산 취득세, 자본 이득세 형태로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유산 취득세는 유산을 물려받을 때 고인의 유산 총액 대신, 상속인이 물려받은 실제 액수에 따라 세율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재산을 나눠 받는 상속인이 다수일 때 상속세가 줄어든다. 성 실장은 “현행 상속세는 다자녀에 대한 페널티가 있는 세금 형태”라고 말했다.

자본이득세는 상속인이 상속받은 재산을 처분할 때 생기는 자본 이득에 과세하는 세금으로, 기업을 물려받았을 경우 이를 처분하기 전까지는 과세가 미뤄진다. 성 실장은 “기업을 물려받아 고용을 유지하면서 꾸려 나간다면 굳이 세금을 내지 않고, 기업을 현금화할 때 세금을 내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성 실장은 부자 감세가 아니란 점을 강조하려 중산층이라는 단어를 수차례 사용했다. 성 실장은 “상속세 이슈는 부자 과세 이슈가 아니다”며 “원활한 기업 상속과 중산층의 세 부담을 줄인다는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수 감소 우려에 대해서는 “종부세나 상속세는 경제 활동의 왜곡 효과는 크지만 세수 효과는 크지 않은 대표적인 세금들”이라고 반박했다.

성 실장이 구체적인 수치와 설명을 곁들여 대대적인 세제 개편을 언급한 뒤 이를 기정사실로 여기는 기류가 형성되자 대통령실은 8시간여 뒤인 이날 오후 “종부세 사실상 폐지,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는 여러 가지 대안 중 하나로, 구체적인 개편 방안은 세수 효과와 지방재정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7월 이후 결정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냈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통화에서 “종부세 폐지와 상속세 30%대 인하 방향 자체는 맞지만 아직 구체적 수치가 확정되지는 않았다”고 부연했다.

정치권에선 이날 성태윤 실장이 파격적인 감세 카드를 언급한 것에 대해 "야당에 정책 주도권을 뺏겨선 안 된다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왔다. 민주당은 지난달 박찬대 원내대표의 1가구 1주택 종부세 완화론을 필두로 중산층을 겨냥한 상속세법 개정 검토를 공식화했다. 국세청 차장 출신인 민주당 임광현 원내부대표는 지난 4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집값 상승으로 중산층 상속세 대상자가 증가하고 있어 이들 가구의 세 부담을 합리적으로 조정해주는 상속세법 개정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윤석열 정부는 초부자 상속세 감세를 추진하나 중산층의 세 부담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현 정부와의 차별성도 강조하는 중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민주당은 중도 확장을 통한 이재명 대표의 대권 플랜을, 대통령실은 등 돌린 보수층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한 감세 정책을 꺼낸 양상”이라며 “대한민국 부의 규모가 커진 상황에서 세제 개편은 더이상 회피할 수 없는 이슈”라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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