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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7 (금)

재외한국문화원, ‘갑질’ 사각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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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인도네시아 한국문화원장,

갑질·부적절 언행에도 ‘서면경고’만

골프·가족 여행에 관용차 사용

“영어 쓰려면 나가”

“무슬림 케이팝에 환장”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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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문화체육부 해외문화홍보원이 운영하는 재외 한국문화원이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문성 부족과 현지인 직원에 대한 ‘갑질’로 나라 망신을 시키고 있는데도 제대로 된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2017년 문체부 감사실 ‘갑질 실태조사’ 결과 문체부로부터 징계 권고를 받기도 했던 인도네시아 한국문화원장이 부적절한 언행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징계 조치를 받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가 됐다. 김수민 바른미래당 의원은 “갑질 실태조사 결과보고서를 보면 주 인도네시아 한국문화원장은 인도네시아 현지인 직원들에게 한국말 사용을 강요하고, 가족여행 예약과 가사도우미 구인, 자녀 입학 관련업무를 지시했으며 골프나 자녀 등하교 등 사적인 목적으로 관용차를 이용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직원들이 개인차량 정비, 자녀 개인교습 강사 구인 등 업무와 상관없는 지시도 근무시간에 수행해야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원장은 “영어를 쓰려면 나가라” “한국어 배우는 게 힘들면 나가라”고 지시했으나, 반면 본인은 현지어는 물론 영어조차 원활하지 못했다는 것이 직원들의 진술이다.

인도네시아 현지 문화를 무시하는 발언이나 직원들에 대한 반말, 폭언 등도 문제가 됐다. 종교적 이유로 술을 마시지 않는 현지인에게 행사 후 “술 한잔 하자”고 말하거나, 지난해 9월 “무슬림들이 케이팝(K-Pop)만 보면 환장한다”고 현지인들 앞에서 부적절한 발언을 해 항의를 받았던 것으로 이 조사는 기록했다. 문화체육부는 이러한 행동이 국가공무원법, 공무원행동강령, 재외공무원복무규정 등을 위반하여 징계사유라고 보고 올2월 외교부에 징계 권고를 전달했다. “그런데도 문체부와 해외문화홍보원에 확인해보니 징계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 김 의원의 지적이다.

김태훈 해외문화홍보원장이 “지난 2월 감사 의견을 첨부해 인사징계권을 가진 외교부에 징계를 요구했는데, 외교부가 서면 경고하는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했다”고 답하면서 여야를 가리지 않은 질타가 이어졌다. 박인숙 자유한국당 의원은 “나라의 좋은 이미지를 쌓는 것은 어렵지만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라며 빠른 시정 조치를 요구했다. 정세균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5년간 임명된 70명의 한국문화원장을 전수조사해보니 공무원 출신이 64명, 민간인이 6명이었다. 민간 전문가를 모시는 등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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