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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7 (금)

“시대착오적 미스코리아 대회가 전통? 폐지가 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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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지난 2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4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에 딥페이크 관련 질문이 등장한 모습. 소셜미디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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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페이크 성범죄를 희화화하는 질문으로 논란을 불러일으킨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에 대해, 주최사의 모회사인 한국일보 구성원들이 “시대착오적인 행사를 폐지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일보지부(이하 노조)는 26일 이런 내용을 담은 ‘이번엔 ‘딥페이크’ 논란… 미스코리아 대회, 폐지가 답이다’란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앞서 2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는 24일 열린 ‘2024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본선에서 최종 후보자 15명이 “딥페이크 영상 속 내가 더 매력적이라면 진짜 나와의 갭(차이)은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받은 장면이 공유돼 논란이 일었다. 행사 주최사인 ‘글로벌이앤비’는 한국일보사의 자회사다.



노조는 해당 질문이 딥페이크 범죄에 대한 엄정 대응을 촉구하는 보도를 이어 온 회사 논조에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딥페이크 기술이 성착취와 성범죄 수단으로 악용돼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데다, (대회에 참가한) 후보자들이 딥페이크 성범죄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연령대의 여성이라는 점에서 해당 질문은 단순히 불편함을 주는 것을 넘어 폭력적인 질문”이라고 했다. 노조는 성명에서 “딥페이크 피해자들을 인터뷰하고, 어떻게 문제의식을 확산할 수 있을지 고민해오던 입장에서 이런 질문을 하는 회사에 다닌다는 게 창피하다”는 한 조합원의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행사에서 기존에 알려진 질문 외에 부적절한 질문이 더 있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노조는 “구성원들 사이에선 ‘여성들이 리더로 성장하는 데 직면한 유리천장을 (후보자가)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라는 질문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면서, “사회적 노력이 필요한 문제를 개인이 극복할 문제로 부각시켰다”고 비판했다. 이어 “질문지가 사전에 작성돼 심사위원을 비롯한 경영진의 검토를 거쳤음에도 아무도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면서 “경영진들의 성인지 감수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노조는 이어 “여성의 외모를 경쟁 대상으로 삼는 시대착오적인 행사를 정론지를 지향하는 언론사가 주관한다는 모순이 해결되지 않는 한 논란이 매년 계속될 것”이라며 경영진에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폐지를 촉구했다. 한국일보 노조는 지난 2021년에도 “회사가 콘텐츠 지향점과 정반대의 사업을 운영 중인 것은 큰 모순”이라며 행사 폐지를 요구하는 성명을 낸 바 있다. 노조는 “회사는 매번 전통을 지키겠다며 사업을 고수하는 대신 성 상품화 논란을 줄여 나가겠다고 하지만, 미스코리아 대회는 이미 ‘고쳐 쓰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며 “경영진은 미스코리아 대회를 폐지하는 결단을 내려라”라고 촉구했다.



한편, 글로벌이앤비는 이날 사과문을 내고 “인공지능 가상 기술이 영화, 광고, 교육 등에 광범위하게 활용되는 세태에 대한 생각을 듣기 위해 질문을 제시한 것이었지만, 현재 딥페이크가 성적 불법 영상물로 악용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질문에 훨씬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며 “불편을 느끼셨을 모든 분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정인선 기자 r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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