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 요양병원 14곳…올해만 10곳 문두드려
노인인구 30% 증가할 동안 요양병원 100% 넘게 급증
"양적 성장보다 질적 개선 뒤따라야"…회생방법은 제한적
[이데일리 이서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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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고령화 영향으로 노인 요양 수요가 증가했지만 경영난을 호소하는 요양 병원도 덩달아 늘고 있다. 노인 돌봄 개념이 양적 서비스에 머무르느라 질적 개선을 바라는 수요를 받아내지 못한 탓으로 풀이된다.
◇올들어 요양병원 10곳 법정行
9일 투자은행(IB) 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올해 전국 지방법원들에 법정관리를 신청한 의료법인은 14곳이다. 앞서 회생 및 파산을 신청해 법정관리가 진행 중인 곳까지 합하면 20곳 이상으로 파악된다. 이 중 요양병원이 14곳을 차지해 가장 많았다. 올해만 요양병원 10곳이 법원 문을 두드렸다. 요양병원 14곳을 지역별로 나누면 충북과 경북이 각각 3곳으로 가장 많았다. 전북과 전남 2곳이고 강원·부산·인천·충남이 각 1곳으로 뒤를 이었다.
법정관리 중인 요양병원은 충북이 가장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보건 당국에 따르면 충북에 있는 요양병원은 35곳(2015년 적정성 평가기준 병원 기준)이다. 여기서 5곳이 경영난을 겪고 있는 셈이니, 비율로 따지면 적어도 7곳 중 1곳(14.2%)은 적자라는 말이다. 경북 지역 법정관리 요양병원 비율은 2.8%로 강원 지역 비율(3.4%)보다 낮았다. 요양병원이 경북(107곳)보다 강원(29곳)에 더 적기 때문이다.
요양병원이 법정관리에 많이 들어간 이유는 양적 서비스 확장을 중심으로 성장해왔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016년까지 보건복지부에서 인가를 받아 설립한 요양병원은 전국에 1428곳이다. 2008년(690곳)부터 8년 사이 두 배 이상(738곳) 증가했다. 같은 기간 65세 이상 인구가 498만명에서 676만명으로 35.5%(177만명) 늘어난 데 반해 노인 요양병원이 노인 인구보다 세 배 정도 빨리 불어났다.
이 과정에서 요양병원이 난립했고, 일부는 현재의 경영난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특히 수요자의 필요를 파악하지 않고 지방에 설립한 요양병원의 경영난이 심각했다. 보건당국 관계자는 “노인 요양시설은 위치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다는 잘못된 인식 때문에 부동산과 인건비 등 비용이 저렴한 도시 외곽 지역에 설립한 병원이 다수”라고 말했다.
지역별 의료서비스 편차에 대한 우려는 덜하다. 이상영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건강정책연구센터 선임연구위원은 “노인 요양병원이 많이 분포한 지역이 노인 의료 질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했다. 중증외상 등을 치료하는 급성질환과 노인성 질환은 각각 치료에 대한 접근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양보다는 질 초점 맞춰야”
장기적인 관점에서 요양병원의 질을 끌어올리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제언이 뒤따른다. 김원섭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노인 요양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노인 요양 병원이 경영난을 겪는 이유는 의료 서비스에 대한 질적 하락이 원인으로 보인다”며 “노인 요양에 대한 정부 정책이 양보다는 질에 초점이 맞춰져야 할 때”라고 제안했다. 부실화한 요양병원은 선별해 키우거나 정리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의료법인 회생은 자체적인 경영정상화가 사실상 유일한 길이다. 인수합병(M&A)를 거쳐 새 주인을 찾는 것은 의료법상 금지돼 있다. 비영리 기관의 영리화(化)를 금지하려는 목적에서다. 2016년 보바스기념병원을 가진 늘푸른의료재단의 회생사건은 논란을 불렀다. 재단은 당시 롯데그룹에서 무상으로 빌린 돈으로 병원을 정상화시켰다. 곧장 사실상 `병원매매`라는 지적이 붙었다. 병원 소유권은 변동이 없었지만 롯데 측이 임원 선임권을 가져갔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의료법인 정상화 방법론에 대한 공론을 달궜다. 19대 국회에서 의료법인의 합병을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통과하지 못했다. 이번 20대 국회 들어서는 금전적인 병원거래를 금지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마찬가지로 빛을 보지 못하고 폐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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