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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9 (수)

[시승기] 티볼리 아머...가성비 뛰어난데 소음은 거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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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국내 완성차 5개사의 월간 판매실적이 발표될 때마다 궁금한 점이 있었다. 지난해 현대자동차(005380)가 코나를 출시한 이후 ‘추풍낙엽’처럼 쓰러질 것 같았던 쌍용자동차(003620)티볼리가 1년여가 지난 지금까지도 만만찮은 판매량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가 알고 싶었다.

코나는 현대차가 창사 후 처음으로 출시하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라는 상징성을 갖고 여러 첨단 사양으로 무장한 차다. 티볼리는 코나에 2년 앞선 2015년부터 판매된 모델이다. 당연히 코나가 출시될 무렵 상당수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은 소비자들의 관심이 티볼리를 떠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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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파주 헤이리에 주차된 티볼리 아머 시승차량/진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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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뚜껑을 열고 보니 두 소형 SUV의 성적은 예상과 사뭇 달랐다. 티볼리는 올들어 9월까지 국내에서 3만4943대가 팔린 코나에 불과 3000여대 뒤진 3만1166대가 판매되며 선전하고 있다. 코나와 비슷한 시기에 출시돼 1만2727대가 판매된 기아자동차(000270)의 소형 SUV 스토닉은 여유있게 제쳤다.

쌍용차는 2016년 롱휠베이스 모델인 티볼리 에어를, 지난해에는 일부 디자인을 변경하고 안전·편의사양을 확대한 티볼리 아머를 각각 출시하며 티볼리의 경쟁력을 꾸준히 개선해 왔다. 티볼리가 코나와 국내 소형 SUV 시장에서 ‘양강(兩强) 구도’를 형성하며 변치않는 기세를 올리는데는 이같은 쌍용차의 끊임없는 진화 노력이 한 몫을 했다는 평가가 많다.

지난 4일 경기도 김포와 파주를 오가는 왕복 80km 구간에서 ‘2019년형 티볼리 아머’를 시승하며 제품의 경쟁력을 확인해 봤다.

◇ ‘소형’ 편견 깬 넉넉한 실내와 적재공간…소음·고속주행시 가속력은 아쉬워

티볼리 아머의 외관은 다소 투박한듯 하면서도 강인한 인상을 드러내는 쌍용차 SUV 특유의 느낌을 그대로 드러낸다. 미식축구 보호구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했다는 범퍼와 눈을 위로 한껏 치켜뜬 모양의 헤드램프로 역동적인 이미지를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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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팝 컬러가 적용된 티볼리 아머/진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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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한 차는 2019년형 모델에 추가된 오렌지팝 색상이 적용된 모델이었다. 쌍용차는 오렌지팝 색상이 젊고 생동감 넘치는 느낌을 강조한다고 설명했지만, 시기가 가을이어선지 먹음직스러운 홍시를 연상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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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볼리 아머 측면부/진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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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소형’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차는 으레 불편함을 감수하고 타야 한다는 편견이 있었다. 운전석과 조수석은 버튼을 이용해 좌석 배치를 조절할 수 있지만, 협소한 레그룸과 좁은 전폭의 뒷좌석은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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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볼리 아머 뒷좌석/진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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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볼리 아머의 뒷좌석은 생각 외로 공간이 넉넉했다. 동승한 기자가 운전석에 앉아 등받이를 편하게 조정했지만, 뒷좌석에서 다리를 꼬아도 무릎이 등받이에 닫지 않을만큼 여유로운 공간이 확보됐다. 실내 천장이 높아 장거리 주행에서도 답답한 느낌이 없었다.

티볼리 아머의 전장은 4205mm로 국내 다른 소형 SUV에 비해 40~60mm 길다. 동급 최대인 1795mm의 전폭을 기반으로 넓은 2열 공간을 확보했으며 전고와 축거는 각각 1590mm, 2600mm로 설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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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볼리 아머 후면부/진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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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V답게 공간 활용성을 높인 점도 눈에 띄었다. 1열 도어에 1.5리터 페트병과 0.5리터 페트병을 동시에 수납할 수 있는 공간을 배치하고 2열에도 1.5리터 페트병을 넣을 수 있도록 했다. 적재공간도 423리터로 제원상 332리터까지 짐을 실을 수 있는 코나보다 넓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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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볼리 아머 적재공간/진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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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행을 시작한 후 느낀 티볼리 아머의 가속력은 당초 생각했던 수준에는 다소 미치지 못했다. 자유로에 진입해 가속페달에 한껏 밟았지만, 폭발적으로 치고 나가기 보다는 천천히 뒷심을 발휘하며 속도를 붙이는 느낌이었다. e-XDi160 직렬 4기통 엔진이 탑재된 티볼리 아머의 최고출력은 115마력으로 136마력인 코나보다 떨어진다.

자유로에서 속도를 높이자 주행 초반 느끼지 못했던 소음도 크게 들렸다. 특히 노면음과 풍절음이 심해 동승한 기자와 대화를 하는데 애를 먹기도 했다.

◇ 스스로 주행 제어하는 첨단 안전기술 ‘일품’…결국 해답은 ‘가성비’

티볼리 아머는 전방 차량과의 거리가 일정 수준 이하로 가까워지면 경고음을 울리는 전방추돌경보시스템(FCWS), 사고 위험시 차량이 스스로 속도를 줄이거나 정차하는 긴급제동보조시스템(AEBS) 등 다양한 지능형 주행안전기술(ADAS)이 적용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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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볼리 아머 앞좌석/진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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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이 차선을 벗어나려고 할 경우 경고음을 울리는 차선이탈경보시스템(LDWS)과 원래 차선으로 이끌어주는 차선유지보조시스템(LKAS) 기능도 포함된다.

주행 중 주위에 차량이 없는 것을 확인한 후 스티어링휠에서 손을 떼봤다. 차량이 옆 차선을 넘어갈 때가 돼서야 황급히 제 자리를 찾아 움직이는 일부 차량들과 달리 티볼리 아머는 비교적 정확하게 차선 중앙을 유지한 채 안정적인 주행능력을 선보였다. 잠시 후 계기판에 스티어링휠을 잡으라는 문구와 뜨고 경고음까지 울렸다.

스스로 차간 거리에 따라 속도까지 제어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SCC) 기능은 제외됐지만, 이 정도면 준수한 첨단 안전사양을 갖췄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밖에도 야간주행시 조명이 부족한 도로에서 상향등을 비추며 달리다 맞은편 차량을 감지하면 자동으로 밝기를 조정해 상대 운전자를 배려하는 스마트하이빔(HBA) 기능도 적용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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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닛을 개방한 티볼리 아머의 엔진룸/진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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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을 마친 뒤 계기판에 찍힌 복합연비는 리터당 14.8km였다. 다양한 형태의 주행코스가 혼합된 구간에서 급정거와 급가속을 반복하는 대신 고속도로에서 정속주행에 주력한 결과 제원상 연비 13.4km를 웃돌았다.

티볼리 아머의 가격은 가솔린 모델이 ▲TX 1783만원 ▲VX 1993만원 ▲LX 2211만원, 디젤 모델은 ▲TX 2033만원 ▲VX 2209만원 ▲LX 2376만원이다. 기어 플러스 모델은 ▲가솔린 2155만원 ▲디젤 2361만원에 각각 판매된다. 가솔린 모델이 1860만원~2631만원, 디젤 모델이 2052만원~2822만원인 코나와 비교하면 특히 상위 트림에서 높은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티볼리는 저렴한 가격에 운전하기 쉽고 평균 이상의 안전사양까지 갖춘 소형 SUV로 보인다. 특히 박진감 넘치는 고속주행에서 느낄 수 있는 운전의 재미보다는 부담없는 도심주행을 원하는 여성 운전자들에게 충분히 어필할 만한 차다. 실제로 국내 자동차 조사기관인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 상반기 판매된 티볼리 1만9405대 중 여성 고객 명의로 등록된 차량은 1만2056대로 전체의 60%를 넘어섰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여성을 주요 타깃으로 도심주행에서 강점을 어필하는 전략이 티볼리의 판매 확장성을 스스로 제한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특히 여러 용도로 다양한 쓰임새를 가진 SUV라는 점을 감안하면 부족한 가속력이나 소음 등의 문제는 장거리 주행이 잦은 소비자들의 큰 불만사항으로 꼽힐만하다.

쌍용차는 내년에 티볼리의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코나를 제치고 소형 SUV 시장의 왕좌를 탈환하려면 최대 강점인 가성비를 유지한 채 단점을 보완하고 새로운 무기를 탑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진상훈 기자(caesar8199@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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