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11 (금)

잠비아 공영방송도 중국 '빚의 덫' 걸렸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달에 980원(10잠비아콰차). 아프리카 잠비아에서 옷가게를 하는 마이클 문템바가 국영방송 ZNBC의 채널을 보기 위해 지불하는 수신료다. 1년 사이에 2배 넘게 올랐다. 국민 대부분이 하루에 2달러 미만으로 생활하는 잠비아에서는 부담스러운 비용이다. 문템바는 가파른 TV 수신료 인상의 배후로 ‘중국’을 지목한다. 잠비아 방송공사(ZNBC)가 중국 수출입은행에서 빌린 돈 2억7300만달러(약 3104억원)를 갚기 위해 수신료를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경향신문

잠비아 에드거 룬구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1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악수하고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문템바만의 생각이 아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8일(현지시간) 이러한 TV 수신료 인상이 ‘중국이 놓은 빚의 덫(debt-trap)에 걸렸다’는 잠비아인들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잠비아의 국가 부채는 지난 5년간 2배로 늘었고, 상환 능력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지난 20년간 앙골라, 에티오피아, 케냐 등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경제 협력에 적극적으로 나서왔다. 구리가 풍부한 잠비아는 중국이 특히 공을 들여온 국가 중 하나다. 4억달러 규모의 쿠퍼벨트 국제공항 건설 사업을 비롯해, 잠비아에서 진행 중인 대규모 인프라 건설 사업이 대부분 중국의 투자를 받아 이루어졌다. 잠비아는 전체 국채의 30% 이상을 중국에 지고 있다.

일부 시민단체들은 이러한 중국 자본이 ‘공짜 돈’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중국이 인프라 투자를 명목으로 개발도상국에 막대한 돈을 빌리게 하고, 이를 갚지 못하면 각국 국영 기업이나 전략 자산을 인수해가는 이른바 ‘부채 외교’를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

잠비아 공영방송을 둘러싼 논란도 마찬가지다. 중국 베이징에 본사를 둔 미디어그룹 스타타임스와 ZNBC는 지난해 ‘탑스타’라는 이름의 합작회사를 설립했다. 이들은 중국 수출입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아 잠비아 전역에 디지털 TV를 설치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탑스타의 중국 측 지분이 60%에 달해, ZNBC와 잠비아 정부가 독자적인 결정을 내리기가 어려운 구조다. 탑스타가 벌어들인 수익은 또다시 중국에 빌린 융자를 갚는데 사용된다. 반부패 시민단체 ‘공동체의 행동을 위한 연대’는 “사실상 중국이 (ZNBC를) 인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에드거 룬구 대통령은 이런 우려가 “정치적 선전”일 뿐이라고 선을 긋는다. 룬구 대통령의 대변인인 아모르 찬다는 지난달 미국의소리 인터뷰에서 “경제성장률은 4%를 넘고 있고, 중국 기업이 인수한 잠비아 정부 자산은 한개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룬구 대통령이 중국으로부터 체제 안정을 보장받는 대가로 중국으로부터 필요 이상의 대출을 받고 있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고 있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 경향신문 SNS [트위터] [페이스북]
[인기 무료만화 보기]
[카카오 친구맺기]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