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외교부장, 폼페이오 만나 "미국은 北요구에 적극 응하라… 중국은 중국만의 역할하겠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오후 베이징에서 왕이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양제츠 외교 담당 정치국원과 차례로 회담을 갖고 북한 비핵화 및 미·중 관계 이슈를 논의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이 국무위원은 이날 "당신을 만나기를 기다렸다"는 말로 포문을 연 뒤 미국에 대한 불만을 작심하고 쏟아냈다. 그는 "최근 미국은 대중 무역 마찰을 갈수록 고조시키는 동시에 대만 등 이슈에서 중국의 권익을 잇달아 해치고 중국의 대내외 정책을 이유 없이 비난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는 양국 간 신뢰를 흔들고 미·중 관계 앞날을 어둡게 하는 것"이라며 "미국이 잘못된 언행을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당신은 이번 방중에서 한반도 문제 등에 대해 우리와 의견을 교환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안다"며 "이것이야말로 두 대국이자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미·중이 소통·협력을 강화해야 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핵 문제에서의 협조를 원한다면, 대중 무역 전쟁과 대중 비난을 중단하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에 대해 "앞서 언급한 문제들에서 미·중은 근본적인 이견을 갖고 있으며 우리는 중국의 행동에 큰 우려를 갖고 있다"고 했다. 그는 "오늘 이 문제들을 논의할 기회를 갖게 되기를 바란다"며 "미·중 관계가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은 중국의 발전을 반대하지 않으며, 중국을 포위하거나 전면적으로 억제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북핵 문제와 관련, 폼페이오 장관은 방북 상황을 공유하고 "한반도 비핵화를 향한 중국의 일관된 입장과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며 "중국과 협력을 계속 강화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왕이 국무위원은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중국의 일관된 입장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미국은 안전 문제와 발전 방향에 대한 북한의 요구를 중시하고 이에 적극적으로 응해야 하며 중국은 중국만의 독특하고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6월 미·북 정상회담 직후 폼페이오가 방중했을 때 왕이가 했던 "중국은 한반도의 중요한 이웃으로서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위해 계속해서 건설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발언과는 상당한 온도 차가 느껴지는 발언이다.
이날 왕이에 이어 폼페이오를 만난 양제츠 정치국원도 "미국이 즉각 잘못을 바로잡고 중국의 이익을 훼손하는 행동을 멈추기를 촉구한다"며 "미·중 양국은 협력만이 서로 함께 번영하는 길"이라고 압박했다. 그는 또 "상호 존중의 기초 위에서 분쟁을 적절하게 통제하고 미·중 관계를 정확한 궤도 위에 올려놓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 외교부는 북핵 문제와 관련, "양측이 이 문제에 대해 견해를 나눴다"고만 전했다.
반면 미 국무부 헤더 나워트 대변인은 이날 폼페이오 장관 방중에 대한 보도자료를 내고 "폼페이오 장관이 양제츠 정치국원, 왕이 국무위원과 만나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 달성에 대한 공동의 결의를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나워트 대변인은 "미·중은 대북 압박 작전에 통일된 상태를 유지하며, 북한이 신속히 비핵화한다면 북한의 밝은 미래를 약속한다"고 말했다. 또 미·중 양국 관계에 대해 "양측은 건설적이고 결과 지향적인 양자 관계의 중요성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폼페이오 장관은 남중국해와 인권을 포함해 미·중이 동의하지 않는 분야에 대해 직접 언급했으며, 양안(중국과 대만) 간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6월 방중 때와 달리 이날은 시 주석과 만나지 못했다. 폼페이오의 6월 방중 당시 시 주석은 "중국은 한반도 문제의 해결 과정에서 건설적인 역할을 하기를 원한다"며 "미국은 미·중 간 민감한 문제(무역 마찰)를 적절하게 처리하기를 바란다"고 말했었다. 미국 블룸버그 통신은 "폼페이오 장관과 시 주석의 면담 불발은 미·중 관계 악화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미·중 간에 커지고 있는 불만이 북핵 문제에서의 협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뚜렷한 신호"라고 전했다.
[베이징=이길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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