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받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4차 방북 결과를 파악한 문재인 대통령은 8일 “한반도의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지고 있다”며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에 기대감을 표시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은 종전선언을 대가로 핵시설 해체·사찰 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해체를 맞바꾸는 ‘빅딜’ 가능성까지 점쳐진 북·미 협상의 중대 분수령이었다. 전날 5시간 30분 동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 비핵화 방안을 논의한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북한 핵시설에 대한 사찰단 파견 방침을 밝히며 ‘중대한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과 폼페이오 장관의 평양 담판 결과는 향후 2차 북·미 정상회담과 이를 준비하기 위한 오스트리아 빈 실무협의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전날 청와대가 일부 공개한 폼페이오 장관 발언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의 가급적 빠른 시일 내 개최 △추후 북한 비핵화 조치의 미국 참관 및 상응조치 논의가 확인된 점은 주목된다. ‘비핵화 조치의 미국 참관’은 북한이 핵시설 폐기 검증을 적극 수용해 국제사회의 신뢰도를 높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또 ‘선 비핵화·후 보상’을 고집해온 미국이 상응조치를 북한과 논의하기 시작한 것은 단계별 비핵화 보상 플랜이 담긴 로드맵을 수용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북·미가 실무협의를 통해 풀어야 할 사항은 만만찮다. 핵 시설·물질 신고 및 검증 등 북한의 비핵화 방법·시기와 대북 제재 완화 방안 등 미국의 상응조치가 맞아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김 위원장이 비핵화와 관련해서 상당히 적극적인 제안을 미국에 했다고 본다. ICBM 해체, 그런 것도 미국이 상응조치만 하면 얼마든지 짧은 시간 내에 할 수 있다는 식의 얘기를 했을 것”이라며 “미국이 욕심낼 제안을 많이 했는데, 그러려면 미국이 (상응조치) 준비를 많이 해야 한다”는 지적했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이 이날 “한반도의 새로운 질서가 동북아의 새로운 질서로 이어질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낸 것은 종전선언-평화협정 체결로 이어지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일단 ‘청신호’가 켜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특히 북·미가 종전선언은 물론 평화협정 체결에 대해서 논의했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평양에 가기 전 기자들에게 “향후 북한과의 협상이 목표에 다다르면 정전협정을 대체하는 평화협정에 서명하게 될 것이고, 여기에 중국도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도쿄→평양→서울→베이징으로 이번 순방 행선지를 짠 것도 방북 결과를 기반으로 ‘종전선언→ 평화협정’으로 이어지는 한반도·동북아 평화 프로세스를 다지기 위한 사전 행보로 해석할 수 있다.
박성준·김달중 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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