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16 (일)

소득주도성장 성토장 된 `혁신성장 카라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외국 바이어들과 회의를 하다 보면 시차 때문에 근무시간이 무한정 늘어난다. 주 52시간 근로제를 지키려 수출 기회를 놓칠 수도 없는 노릇이니 정부가 꼭 대책을 마련해주길 바란다."

지난 13일 고양시 현대 모터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제11차 투자지원 카라반에 참가한 한 중소기업 임원은 주 52시간 근로제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애로사항을 전하는 데 대부분 시간을 할애했다. 주로 국내 자동차 업체들에 부품을 공급하던 이 업체는 최근 외국 업체로 판로를 넓히려 시도하고 있는데, 외국 기업과 회의를 하다 보면 주 52시간 근로제를 준수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임원은 "미국·유럽·인도와 시차에 맞춰 회의 시간도 제각각인데, 이런 회의를 담당할 해외영업직·연구직 인력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이들이 회의를 다 처리하다 보면 정해진 근로시간을 훌쩍 넘기게 된다"며 "고용노동청 담당자도 이 같은 어려움을 알고는 있지만 현행법상으로 해결책이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 많이 답답하다"고 말했다.

지난 7월 정부 혁신성장 정책의 일환으로 출범한 투자지원 카라반은 혁신 성장·투자 확대를 목적으로 출범한 기업 현장 방문 프로그램이다. 1차 때 오송, 구미 등을 시작으로 전국 혁신성장 현장을 돌고 있다. 그러나 어렵사리 담당 부처 공무원을 만난 중소기업들이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의 부작용을 전하는 데만 급급해 본래 취지인 혁신 성장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지난 7월 매일경제가 동행 취재한 여수국가산업단지 카라반 때도 "근로시간 단축 때문에 망하게 생겼는데 혁신 성장이 눈에 들어올 상황이 아니다"는 기업인들 호소가 많았다. 이 같은 일이 반복되면서 기재부에서는 '혁신 성장·투자 확대를 논의하는 것이 본래 취지이니 근로시간 단축 이야기는 자제해 달라'는 사전 요청까지 발송하기도 했다. 투자 지원 카라반을 담당하는 기재부 혁신성장본부 관계자는 "소득 주도 성장에 대한 불만도 현장 목소리인데 말하는 도중에 끊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가능한 한 본래 취지에 맞는 애로사항을 끌어내기 위해 노력 중이지만 쉽지 않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관계 부처 공무원을 직접 만나는 게 흔치 않은 기회이다 보니 혁신 성장과 소득 주도 성장을 구분하기보다 가장 힘든 부분을 호소하는 데 집중하는 게 당연하다"며 "노동자의 생산성 향상이 동반되지 않는 임금 인상·근로시간 단축은 자연히 가장 큰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당장 해결책은 제시하지 못하더라도 정부가 소통 창구를 늘려 이런 어려움을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고 평했다.

한편 지난 13일 투자 지원 카라반에서는 미래 자동차 산업 발전을 위한 연구개발(R&D), 인재 양성 방안에 대한 논의도 진행됐다. 참가 기업들은 다양한 기술이 접목되는 미래차 연구 특성에 걸맞은 부처 공동 융복합 R&D 투자를 주문했으며, 자율주행차 개발에 참여할 융합형 인재 육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기업 측 참가자는 "유능한 전문가들은 국외로 유출되고, 신규로 고용할 인재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서는) 아무리 정부가 기업에 대한 지원을 늘려도 충분한 효과가 나지 않는다. 돈을 써줄 사람이 모자라는 게 업계 현실"이라고 말했다.

일반도로에서 자율주행 실험을 할 수 있게 하는 '자율주행 임시면허' 취득 요건을 완화해야 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문재용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