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라운드에서 동반자들이 경사면에 걸린 볼을 칠 때 연신 미스샷을 내는 모습을 많이 봤습니다. 경사면에서는 몸의 균형을 잡기도 어려울뿐더러 정상적인 느낌의 스윙을 하기 어렵기 때문이죠. 그런데 이상하게도 발끝 내리막 상황에서는 하체를 고정하고 4분의 3 스윙으로 참 잘 칩니다. 오히려 발끝 오르막 상황에서 미스샷이 많이 나오죠. 이유가 있습니다. 원래 발끝 오르막 상황에서 샷을 하면 ‘드로 구질’이 나오는 것이 정상입니다. 그런데 골퍼들이 이것을 이겨내고 반듯하게 치려고 합니다. 미스샷의 원인이죠.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프로골퍼 이승현에게 긴급 SOS를 구했습니다. 이승현 프로는 “발끝 오르막 상황에서는 먼저 볼을 꺼낼 것인가 아니면 그린을 노릴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린을 노린다면 볼이 휘는 정도를 생각해서 우측으로 10m가량 오조준을 해야 하고, 볼을 꺼내는 목적이라면 최대한 페어웨이에 볼을 갖다놓는 전략을 세워야 하죠.
“기본적인 발끝 오르막 상황에서의 스윙은 자연스럽게 평소보다 상체가 살짝 세워지고 오르막 경사만큼 몸과 볼의 거리가 가까워지기 때문에 클럽을 짧게 잡아야 한다”고 말한 이승현 프로는 “만약 140m가 남았거나 평소 8번 아이언 거리라면 7번 아이언을 잡고 4분의 3 스윙을 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간단하죠? 그런데 실전은 너무 어렵습니다. 만약 볼이 러프에 잠겼다면 어떻게 할까요. 이승현 프로는 “러프에 잠겼다면 클럽 페이스가 러프에 감기면서 닫히기 때문에 어드레스 때 살짝 열어주면 임팩트 때는 정타를 칠 수 있다”고 합니다.
가장 강조한 것은 ‘욕심’을 버리고 순응하라는 것입니다. “보통 경사면에서 스윙을 강하게 하고 볼을 띄우려 욕심을 부리거나 평소 치던 클럽을 갖고 100% 스윙을 하는 경우가 많다. 경사면 같은 트러블샷은 ‘멋진 샷’보다는 ‘안전한 샷’을 해야 한다. 몸의 움직임을 평소보다 더 적게 하고 ‘정타’를 치는 데에만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이어 “하체 사용은 최대한 줄이고 어깨와 팔로만 스윙을 한다는 느낌으로 하면 실수가 적다”고 말한 뒤 “왼쪽으로 살짝 감기는 샷이 나오면 그게 발끝 오르막 상황에서 굿샷이다. 억지로 드로 구질이 나오지 않게 하려면 당연히 미스샷이 나온다”고 덧붙입니다.
한 가지 더. 이승현 프로는 “사람마다 클럽 헤드가 지면에 떨어지는 지점이 조금씩 다르다. 경사면에서 먼저 연습 스윙을 한 뒤 클럽이 바닥에 닿는 부분(디벗)이 스탠스의 중앙인지 오른쪽인지를 확인하고 그 지점에 볼을 위치시키면 좋은 샷을 할 확률이 높아진다”고 설명합니다.
이론은 쉽지만 실전은 참 어렵습니다.
이승현 프로는 “불안감, 초조함, 실패에 대한 과거 기억, TV에서 보던 프로들의 모습과 같은 샷은 잊고 그저 상체를 경사에 맞춰 조금 세우고 그립은 짧게 잡고 목표 지점의 오른쪽으로 오조준한 뒤 스윙을 하는 것에만 집중한다면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한 번 더 강조합니다.
트러블샷. 결과를 생각하기보다 그 상황에서 해야 할 것에만 집중하면 결과는 따라옵니다.
[조효성 매일경제 기자 hscho@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74호 (2018.09.05~09.1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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