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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5 (화)

'소득주도성장의 민낯'…저소득층 넘어 중산층까지 소득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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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하위 60%까지 소득 줄어…1·2·3분위 동시 감소, 통계작성 후 두 번째

올해 2분기 저소득층과 중산층 가구의 소득이 동시에 전년 보다 감소했다. 소득 하위 60%(1~3분위 가구) 가구 월평균 소득이 동시에 감소한 건 지난해 1분기 이후 처음이다. 2003년 통계 작성 이후 역대 두 번째다.

저소득층(1~2분위 가구)은 경기 악화와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인한 고용조정으로 일자리가 줄면서 소득이 감소했다. 올해 2분기 1분위 가구의 경우 근로 소득이 전년 대비 15.9% 줄면서 감소폭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중산층에 해당되는 3분위 가구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자영업 위축에 직격탄을 맞았다. 3분위 가구의 소득은 전년 대비 0.1% 줄면서 5분기 만에 감소세로 전환됐다. 자영업자들의 사업 소득이 전년 대비 7.0% 큰 폭 감소한 것이 중산층 소득을 끌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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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득 상하위 격차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통계청이 23일 발표한 ‘가계동향조사(소득부문)’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의 평균 월소득은 132만4900원으로 전년 대비 7.6% 감소했다. 소득 하위 20~40%인 2분위 가구도 월소득이 평균 280만200원으로 1년새 2.1% 감소했다.

반면 소득 상위 20%인 5분위 가구는 월평균 913만4900원을 벌며 전년 대비 소득이 10.3% 증가했다. 소득 상위 20~40%인 4분위 가구 평균 월소득도 544만4200원으로 1년새 소득이 4.9% 늘었다. 이로 인해 올해 2분기 소득 상하위 격차를 나타내는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5.23배를 기록했다. 2분기 기준으로 소득 양극화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다.

소득 양극화의 배경엔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고용 상황이 있다. 소득 하위 40%인 1·2분위 가구는 올해 들어 일을 하는 가구원들이 대폭 줄었다. 돈을 벌지 못하는 무직 가구원이 증가했다는 이야기다. 통계청에 따르면 1분위 가구는 전년 대비 취업 인원수가 18.0% 감소했으며, 2분위 가구도 4.7% 줄었다.

올해 취업자수 증가폭은 2월부터 5개월 연속 10만명 안팎을 맴돌다가 지난 7월엔 5000명으로 주저앉은 상태다. 자동차와 조선 등 제조업 침체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자영업 위축 때문이다. 일자리가 없는 고용 재난 여파를 저소득층이 고스란히 맞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올해 2분기 1분위 가구 가구원들이 직업을 구하지 못하면서 근로 소득은 전년 대비 15.9% 큰 폭 줄었다. 감소폭이 지난 2003년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고치다.

반면 고소득층 가구는 오히려 전년 보다 취업자수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상위 20%인 5분위 가구의 전년 대비 취업 인원수 증감률은 5.0%였다. 소득 상위 20~40%인 4분위 가구도 1년새 취업자수가 2.5%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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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산층 소득…사업 소득 중심으로 5분기 만에 감소세 전환

더 큰 문제는 중산층도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월소득이 평균 394만2300원인 3분위 가구는 올해 2분기 소득이 전년 대비 0.1% 줄었다. 지난해 1분기(-0.3%) 이후 첫 감소다.

중산층 소득을 끌어내린 건 자영업이었다. 올해 2분기 기준 3분위 가구주의 33.9%는 근로자외가구(자영업 또는 무직)다. 1년 전(33.2%)에 비해 근로자외가구 비중이 0.7%포인트 증가했다. 그러나 3분위 가구의 사업 소득은 전년 대비 7.0% 감소했다. 감소폭이 지난해 2분기(-7.5%) 이후 1년 만에 가장 컸다. 3분위 가구의 근로 소득이 전년 대비 0.7% 늘어난 것과 대비된다.

지난해 자영업자의 폐업률은 1년 전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아진 87.9%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호프집·간이주점·식료품점 등 소규모 자영업자들의 폐업은 창업을 앞지르기도 했다. 올해는 지난해 보다 16.4% 급격하게 오른 최저임금 인상으로 폐업률이 90%를 넘고 문 닫는 점포 수도 100만개를 넘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자영업자들의 신음이 중산층 소득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1~2분위 가구는 고용 시장에서 탈락한 가구주 또는 가구원이 많아지면서 소득이 감소했다"며 "3분위 가구는 영세 자영업자 사업 소득 감소로 전체 소득이 감소세로 전환됐다"고 말했다.

세종=전슬기 기자(sgju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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