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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독일서 만난 메르켈·푸틴, 경협으로 ‘거리 좁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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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반도·시리아 등 논의…에너지 의존 비판 의식한 듯

“가스관 사업 정치 논쟁 반대”

미에 맞서 실용적 관계 모색



경향신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사진)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베를린 외곽의 메제베르크궁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양국 간 천연가스관 사업 등 경제협력을 강조하며 거리 좁히기에 나섰다. 미국의 반대에 맞서 실용 노선을 구축하겠다는 의지다. 그러나 크림반도 병합 등 대립각을 세워온 문제가 여전히 산적한 데다 국제사회 비판도 있어 독일은 내내 조심스러운 모습이었다.

도이체벨레·타스통신 등 양국 매체에 따르면 이날 회담에서는 러시아에서 발트해를 거쳐 독일로 직접 연결되는 천연가스관 사업 ‘노르트스트림-2’가 주요하게 다뤄졌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회담 후 취재진에게 “두 정상은 이 사업이 정치적 논쟁거리가 되는 것을 반대한다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양국 입장은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을 반대하는 국제사회의 비판을 의식한 것이다.

독일은 현재 사용 중인 천연가스의 40%를 러시아로부터 수입한다. 노르트스트림-2가 완성되면 원전 의존도를 낮추려는 독일에는 안정적 에너지 공급이, 러시아에는 외화벌이가 보장된다. 그러나 미국 등 국제사회는 이 사업이 러시아 의존도를 더 높여 러시아의 손에 에너지 통제권을 쥐여준다며 반대하고 있다.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독일은 러시아의 포로”라며 이 사업에 대한 비판을 쏟아낸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자국 내 러시아 천연가스관을 통해 매년 20억달러 이상의 수익을 거둬온 우크라이나의 반발이 크다. 또 우크라이나는 크림반도 병합을 둘러싸고 러시아와 갈등하고 있어 이 사업이 크림반도 문제에 대한 독일의 비판적 입장을 약화시킬 것을 우려하고 있다.

독일은 우크라이나 안심시키기에 나섰다. 메르켈 총리는 회담에 앞서 “노르트스트림-2가 나와도 우크라이나가 유럽으로의 가스 수송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 또한 “노르트스트림-2는 경제 프로젝트일 뿐이며 우크라이나 영토를 통한 지속적인 러시아 가스의 수송 가능성을 차단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독일과 러시아는 이번 회담에서 공동합의문을 채택하진 못했다. 수년간 이어진 긴장을 한번에 누그러뜨리긴 어려웠다. 그러나 양국이 트럼프 대통령에 맞서 실용적인 관계를 모색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독일의 외교 전문 싱크탱크 독일외교협회의 슈테판 마이스터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끄는 미국 정책은 이러한 화해의 중요한 원동력”이라며 “이번 회담은 실무단계에서 독·러관계를 정상화할 기회”라고 말했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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