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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30 (월)

[사설] 더 늦기 전에,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결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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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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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쪽 금강산 관광지구에서 20일부터 26일까지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진행된다. 2015년 10월 제20차 상봉 이후 2년10개월 만이다.

1, 2차로 나뉘어 이뤄질 이번 행사에선 모두 534명의 남북 이산가족이 꿈에 그리던 혈육의 손을 부여잡는다. 눈물바다가 펼쳐질 것이다. 2박3일 동안 진행하는 1차 상봉행사에 참여하는 남쪽 이산가족은 101살의 백성규 할아버지를 비롯해 89명이다. 백 할아버지는 북쪽의 며느리와 손녀를 만난다. 이산가족은 단체상봉, 환영만찬, 개별상봉, 객실상봉 등의 순서로 모두 6회에 걸쳐 11시간 동안 함께한다. 이번엔 1시간 동안 객실에서 가족끼리 점심도 먹는다. 남북 이산가족이 호젓하게 따로 식사하는 것은 처음이다. 북쪽 이산가족 83명이 남쪽 이산가족과 만나는 2차 상봉행사는 24~26일에 이뤄진다.

이번 상봉은 ‘4·27 판문점 선언’에 따른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8·15 계기 이산가족 상봉’을 합의했고, 우여곡절 끝에 성사됐다.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갈라진 혈육의 만남이 이벤트 행사로 끝나선 안 된다. 2000년부터 18년 동안 이산가족은 모두 20차에 걸친 대면상봉과 7차례 화상상봉을 했다. 하지만 남북 4677가족만 상봉의 기쁨을 누렸다. 기회는 턱없이 부족했다. 그나마 남북관계가 좋을 때는 1년에 2회씩 상봉행사가 열렸지만 경색 국면에선 중단됐다. 상봉 정례화가 절실한 이유다.

더욱이 이산가족 대부분은 고령이다. 살아생전 만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 통일부에 등록된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는 13만2000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55%인 7만5000명은 이미 사망했다. 생존한 이산가족은 약 5만7000명인데, 생존자 63% 이상이 80살을 넘긴 고령이다. 90살 이상도 21%인 1만2100여명에 이른다. 실제 이번에도 남쪽 이산가족 9명이 고령과 건강상 이유 등으로 막판에 상봉을 포기했다. 안타까운 일이다. 저마다 가슴 저미는 사연을 간직한 채 피붙이와 만남을 갈망했을 이산가족의 아픔을 생각해 남북 당국은 상봉 정례화, 규모 확대를 비롯해 화상상봉, 서신교환 등 다양한 상봉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종전선언과 비핵화, 북-미 관계 개선 등 걸림돌이 많다. 하지만 남북은 인도적 문제를 더는 외면해선 안 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통 큰 결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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