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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4 (금)

못생긴 물고기가 산호초를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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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애니멀피플] 조홍섭의 생태뉴스룸

나비고기 눈길 끌지만, 생태적 기능은 빈약

눈에 안 띄는 못생긴 고기의 기여도 33%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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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굽은 소나무가 선산 지킨다’는 속담이 있다. 당장 보기 좋거나 쓸모 있어 보이지 않아도 나중에 큰 도움이 되는 ‘못난이’의 가치를 이르는 말이다. 이런 지혜가 산호초에서 그대로 들어맞는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산호초는 생물 다양성의 보고이자 해마다 수백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곳이다. 관광 수입이 산호초의 보전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이뤄진다면 이상적이다. 문제는 사람들이 예쁜 물고기만 좋아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예쁜 물고기보다는 못생긴 물고기가 생태적으로 더 중요하다.

프랑스 연구자들은 산호초에 사는 물고기 116종의 사진을 놓고 8000명에게 온라인 설문조사를 했다. 사람들은 대부분 자리돔처럼 생긴 물고기를 선호했다. 밝은색에 선명한 무늬가 있는 물고기가 상위 순위에 올랐다. 최고 인기 어종으로 꼽힌 나비고기과의 로열 에인절 피시가 대표적인 예이다. 물론 산호초 물고기를 많이 접하는 다이버들의 취향은 좀 달라, 특이하게 생긴 어종을 선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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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자들은 산호초 생태계에서 각 어종이 차지하는 기여도를 비교하기 위해 물고기의 크기, 활동성, 활동하는 시간대, 집단의 크기, 활동하는 수심대, 먹이 등 6가지 형질로 구분했다. 물고기가 얼마나 큰지, 활발하게 돌아다니는지 아니면 정주성인지, 외따로 행동하는지 무리생활을 하는지, 바다 밑바닥에 사는지 중층에 사는지, 낮에만 활동하는지 밤에도 활동하는지 등은 산호초 생태계의 먹이그물과 영양물질 순환과 직결된다.

연구자들은 물고기의 이런 형질을 정량화해 어종 간 기능 다양성을 비교했다. 놀랍게도 가장 예쁜 물고기 5종보다 가장 못생긴 물고기 5종이 생태적 기능은 33% 더 풍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못생긴 종일수록 생태적 기능은 많았다. 관광객의 눈길을 독차지하는 흰동가리나 쏠배감펭 같은 예쁜 물고기는 잘 움직이지 않고 낮 동안 홀로 또는 작은 무리를 이루어 바다 바닥에서 활동한다. 그러나 더 활동적이고 밤에 다니며 물의 중층을 큰 무리를 지어 돌아다니는 덜 매력적인 물고기는 산호초 생태계를 위해 하는 일은 많지만 별 관심을 끌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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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자들은 “관광객이 좋아하는 예쁜 물고기만 보전하면 생태계의 핵심 기능 중 많은 부분을 빠뜨리게 된다”며 “카리스마가 없는 종의 생태적 기능을 더 잘 이해하고 보호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연구결과는 과학저널 ‘사이언티픽 리포트’ 최근호에 실렸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Anne-Sophie Tribot et al, Confronting species aesthetics with ecological functions in coral reef fish, Scienific Reports, (2018) 8:11733, DOI:10.1038/s41598-018-29637-7 1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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