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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4 (금)

[기자수첩]"생색내기 최저임금 대책" 여전히 겉도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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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데일리 권오석 기자] “소상공인연합회는 ‘최저임금 문제는 최저임금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 원칙적인 입장이고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지난 16일 정부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유예하겠다”는 내용의 발표를 접한 후 한숨을 내쉬었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세무조사 유예로 최저임금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본질에서 한참 벗어난 것”이라며 “결국 탈세를 통해 임금을 아끼라는 말 아닌가”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당시 국세청은 569만명 상당의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게 내년 말까지 국세청 세무조사를 비롯해 신고내용 확인(사후 검증)을 면제한다고 발표했다. 과거 자연재해 등으로 특정 지역에 대해 세무조사를 유예한 적은 있지만 전국적인 조치는 이번이 처음이다. 한승희 국세청장은 “규모가 작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작은 세금부담도 크게 느낀다”며 “이번 조치로 이들이 사업에만 전념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장에서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소상공인들이 일관적으로 요구해온 대책과는 여전히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안에 대한 불복종 운동을 진행하기 위해 소상공인 생존권 운동연대를 구성해 △5인 미만 영세 사업장에 대한 최저임금 차등화 △최저임금위원회 위원 추천권 부여 등을 요구해왔다.

이 관계자는 “최저임금 고율 인상을 감당하기 어려운 영세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차등 적용을 실시하는 등 직접적인 대책은 뒷전에 둔 채 엉뚱한 정책만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한국납세자연맹은 성명서를 내고 “일정기간 세무조사를 유예하는 것은 법의 공정성을 해치는 행위”라고 발표했다. 애꿎은 소상공인들만 잠재적 탈세자로 오해를 받아 피해를 보는 셈이다.

정부는 여당과 협의를 거쳐 이달 하순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방안을 담은 종합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그러나 소상공인들의 기대를 충족할만한 대책을 내놓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정부가 최저임금 자체를 개선하는 근본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생색내기용 정책’이라는 비판을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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