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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연합시론] '동의 안한 성관계' 입증·처벌 쉽게 할수 있게 법 고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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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수행비서 성폭행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에게 법원이 무죄 판결한 것을 놓고 여성계가 주말 대규모 규탄집회를 예고하는 등 온·오프라인에서 '판결 후폭풍'이 거세다. 안 전 지사의 수행비서였던 김지은 씨의 폭로로 세상에 알려진 이 사건이 위력에 의한 간음 혐의로 기소된 '미투' 관련 첫 번째 사건이어서 재판 결과는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었다. 공교롭게도 안 전 지사에 대한 무죄 판결이 '홍대 몰카 사건'의 여성 가해자가 실형을 선고받은 지 하루 만에 나온 터라 여성계가 더 분노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투운동과 함께 하는 시민 행동'은 성차별 반대 집회를 일주일 앞당겨 18일 열기로 했다고 한다. 경찰의 '편파 수사'에 항의하는 '혜화역 시위'를 주도해 온 '불편한 용기'도 추가 집회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단체들은 법원 판결 이후 인터넷상에서 김지은 씨를 겨냥한 2차 가해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분노한 여심(女心)은 문재인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율까지 소폭 끌어내린 것으로 분석됐다.

이런 후폭풍은 '위력에 의한 성폭력' 입증이 쉽지 않은 현행법의 한계 때문에 거세졌다고 봐야 한다. '업무상 위력'은 성폭력 사건에서 인정되는 사례가 많지 않다는 게 법조계 설명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위력을 가르는 기준이 모호하다 보니 피해자가 장애인이거나 미성년자일 경우 말고는 김지은 씨 같은 성인에게는 잘 적용되지 않는다. 법조계에선 이번 사건처럼 피해자가 성인 여성이고, 눈에 띌만한 강제력 행사 없이 여러 번 이뤄진 성폭력이라면 유죄 입증이 가장 어려운 유형이라고 한다.

'미투 운동'이 활발하던 상반기에 일부 여야 의원도 이런 문제점을 파악하고 형법 개정안을 잇달아 발의했지만, 모두 처리되지 못한 채 국회에 여전히 계류 중인 상태다. 안 전 지사의 무죄 판결에 앞다퉈 비난 논평을 냈던 정치권도 여성계의 거센 반발 야기에 일조한 셈이다. 안 전 지사 무죄 판결을 계기로 여야가 '현행법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법 개정에 나서기로 했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제2의 안희정 사건'을 막으려면 상대방이 동의하지 않는데도 성관계를 할 경우 강간으로 처벌하는 입법이 이뤄져야 한다. 성폭력의 범주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를 추가하거나 '비동의 간음죄'를 신설해야 한다는 뜻이다. 현행 형법 297조에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만 돼 있다. 국회와 여성가족부 등 관련 부처가 각계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최대한 신속하게 법 개정을 이뤄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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