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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리라의 추락, 아시아 강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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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리라화 급락에서 시작된 글로벌 금융 불안 여파로 13일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증시가 크게 출렁거렸다.

이날 한국 코스피 지수는 1.5% 떨어져 2248.45로 마감했다. 15개월 만의 최저 수준이다. 코스닥 지수는 3.72% 급락해 755.65에 거래를 마쳤다. 중국 상하이지수는 0.34%, 홍콩 항셍 지수도 1.5% 이상 하락했다. 일본 닛케이 지수도 1.98% 내렸다. 터키발(發) 금융시장 불안이 신흥국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공포에 휩싸인 투자자들이 아시아 증시에서 일제히 매도세를 보인 것이다.

조선비즈

북적이는 터키 환전소… 리라貨 쇼크에 아시아 증시 휘청 - 13일(현지 시각) 터키 이스탄불의 환전소에서 돈을 바꾸려는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다. 터키가 억류된 미국인 목사를 풀어주지 않자, 미국은 관세 인상으로 보복에 나섰고, 단기 외채 비중이 높은 터키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하고 있다. 미 달러화에 대한 터키 리라화 가치는 최근 일주일 새 30% 이상 폭락했다. 터키발 금융 위기 불안이 신흥국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공포감이 커지면서 아시아 증시와 주요국 통화는 급락세를 보였다. 이날 서울 유가증권 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5% 떨어져 1년 3개월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터키의 금융 불안은 미국과 터키 간 정치적 갈등에서 비롯됐다. 양국 정부는 터키에서 가택 연금된 미국인 앤드루 브런슨 목사 석방 문제를 두고 몇 달째 협상을 벌여왔다. 브런슨 목사는 2016년 테러 조직 지원과 간첩 행위 혐의로 구속됐다가 최근 가택 연금 조치에 취해졌다. 협상에 진전이 없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0일 "터키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2배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리라화 가치가 하루 동안 15% 넘게 폭락했다. 13일 터키 금융 당국이 시중은행의 지급준비율을 0.25% 낮추는 등 긴급 대책을 발표했지만 효과가 없었다. 이날 장중 한때 터키 리라화 가치는 전 거래일 대비 11% 넘게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터키 통화 가치가 계속 하락할 경우, 터키에서 금융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터키의 대외 부채는 올해 3월 말 기준 4666억7000만달러로 국내총생산(GDP)의 53%에 이른다. 이 중 4분의 1은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단기 외채다. 터키에 대출을 해주거나 국채를 사들인 프랑스 BNP 파리바 은행 등 유로존 은행들이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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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관심은 터키의 금융 위기가 다른 신흥국으로 확산될 가능성에 모이고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미·중 무역 분쟁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신흥국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될 경우, 아르헨티나 등 외화 부채 상환 부담이 큰 신흥국에서 채무 불이행 사태가 터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김예은 IBK 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면서도 "해외 투자 자금의 이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경화 기자(hw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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