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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2 (토)

공습 직전, 스쿨버스에 탄 어린이들은 재잘대며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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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CNN, 예멘 사다 스쿨버스 공습 직전 영상 공개

반군 묘지 들른 어린이들, 해맑게 뛰어다니고 코란 암송

사망자는 어린이 40명 포함 51명으로 집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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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꼽아 기다리던 야외학습 날이었다.

두 달간의 이슬람 서머스쿨이 막바지에 달한 지난 9일, 예멘 북부 사다에 사는 6~11살 어린이 수십명은 반군 묘지로 향했다. 오사마 제이드 알 홈란은 이날을 기억하기 위해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영상은 스쿨버스에 탄 친구들의 장난기 가득한 얼굴을 차례로 비추며 시작됐다. 빼곡히 앉은 버스 안에선 아이들이 재잘거리고, 교사는 이름을 한 명씩 부르며 출석을 확인했다. 기념관 안에서 줄지어 선생님의 말씀을 듣던 아이들은 코란의 한 부분을 함께 암송하고, 교사의 설명이 끝나자마자 무덤 옆 풀숲을 뛰어다니며 술래잡기를 했다. 단체 사진도 찍었다. “기다려! 같이 사진 찍자”는 한 아이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녹음됐다.

12일 <시엔엔>(CNN) 방송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는 연합군이 사흘 전 스쿨버스를 미사일로 산산조각내기 직전 아이들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공개했다. 한껏 흥분한 아이들의 시끌벅적한 모습은 잠시 후 벌어지게 될 일을 차마 떠올릴 수 없게 만든다. 영상이 촬영된 지 한 시간도 되지 않아 스쿨버스는 형태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박살이 났다. 땅이 꺼질 만큼 강력한 폭발이었다. 교사 야흐야 후세인(40)은 공습이 가해졌을 때 현장 인근에서 주차를 하고 있었다. 그는 “큰 폭발 소리가 들렸고, 먼지와 연기로 뒤덮였다. 그 장면을 묘사할 수 없다. 사방에 신체 부위와 피가 흩어졌다”고 했다. 영상에 나오는 아이들 대부분은 목숨을 잃었다.

현장에 출동한 의료진 중엔 아들의 주검을 확인한 이도 있었다. 후티 반군 쪽 방송 <알 마시라>는 구조에 나선 의사 후세인 타예브를 인터뷰했다. 그는 “부상자들을 간호하던 중, 주검 한 구를 발견했다. 그건 아들 아흐메드의 얼굴이었다. 꼭 껴안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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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자 수도 애초 알려진 것보다 크게 늘었다. 후티 쪽 보건당국은 어린이 40명을 포함해 51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발표했다. 부상자 79명 가운데 어린이는 56명이다.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은 이날 미군 3성 장군을 사우디 수도 리야드로 보내 진상 조사를 돕겠다고 밝혔다. 그는 “미래에 비슷한 일을 막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사우디 정부는 여전히 후티 반군의 미사일 공격에 대응한 “합법적 군사 작전”이었다고 주장한다.

사우디가 지원하는 수니파 정부와 이란이 지원하는 시아파 후티 반군은 내전을 벌이고 있다. 예멘은 장기화된 내전으로 최악의 인도주의적 위기를 겪고 있으며, 인구의 4분의 3 이상이 원조와 보호가 필요한 상황이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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