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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양안 물길 잇는 개통식인데…中·대만, '따로 따로' 연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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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돗물 공급 놓고 양안 갈등에 대만 중앙·지방정부 마찰

(타이베이=연합뉴스) 김철문 통신원 = 양안관계의 경색 속에 중국과 대만이 5일 중국 푸젠(福建)성 남동부 항구도시인 샤먼(廈門)시와 대만 진먼(金門)섬의 상수도를 잇는 송수관 개통식을 따로 따로 개최했다.

대만 연합보에 따르면 중국 푸젠성 정부는 이날 오전 샤먼과 맞붙은 취안저우(泉州)시의 진장(晉江)에서 류제이(劉結一) 중국 국무원 대만판공실 주임이 참석한 가운데 대만 진먼섬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송수관 개통식을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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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측 송수관 개통식[대만 경제일보 캡처]



송수관을 통해 중국 측 룽후(龍湖)댐에서 하루 1만t의 식용수를 대만 진먼섬에 공급하게 된다.

대만 지방정부인 진먼현은 중국 샤먼, 취안저우와 불과 1.8k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대만의 최전방 도서로 20년간 포격전이 계속됐을 정도로 격렬한 군사대치를 상징했다가 지금은 양안 간 '통수'(通水)를 실현한 민생 사업의 현장으로 바뀐 것이다.

이날 송수관 개통식에는 '양안은 한가족, 하나의 강물을 함께 마신다'(兩岸一家親 共飮一江水)라는 구호가 내걸리긴 했지만, 참석자 면면에서는 파행을 면치 못했다.

수돗물을 받게 되는 진먼현에선 훙리핑(洪麗萍) 현의회 의장 등 20여 명의 인사만 참석했을 뿐 진먼현 정부나 대만 정부 당국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우청뎬(吳成典) 진먼현 부현장 등은 대만 대륙위원회와 대만 이민서의 심의에서 승인을 받지 못해 불참했고 천창장(陳滄江) 민진당 현의원은 중국 당국의 거부로 참석이 봉쇄됐다.

개통식이 이처럼 파행을 겪게 된 것은 중국의 압력으로 대만이 유치했던 동아시안 유스게임 개최권이 박탈된 데 따라 대만 정부가 중국에 강하게 항의의 뜻을 표시하기 위한 것이었다.

대만 대륙위원회는 개최권 박탈에 대한 국민적 분노를 고려해 송수관 개통식을 연기하라고 요청했으나 진먼현 정부는 이를 거부하고 개통식을 강행하면서도 중국과 별도의 행사를 치르는 것으로 자존심을 세웠다.

천푸하이(陳福海) 진먼현 현장은 이날 진먼 진사톈(金沙田)포에서 개최된 별도의 송수관 개통식에서 "오랫동안 물 부족이 심각했는데 각계의 노력으로 예정대로 송수관을 개통할 수 있게 됐다"며 "양안 평화 무드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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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측 송수관 개통식[대만 상보 캡처]



그러면서 과거 양안간 '소삼통'(小三通 : 통항·교역·우편거래)에 이어 앞으로 수자원, 전력, 교량을 서로 잇는 '신삼통'(新三通 )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개통식에 참석한 웡밍즈(翁明志) 대만 행정원 진먼담당 주임이 개통식 연기에 대한 중앙정부의 입장을 옹호하고 나서자 참석자들은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중국 측 개통식에서 류 주임은 "양안 관계가 좋아야 대만 동포들도 좋아질 것"이라며 "대만 일각에서 정치적 목적으로 식용수 공급 문제를 이유 없이 반대하지만 결국 양안 동포의 민심과 민의는 거스를 수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jinbi1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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