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2주 넘도록 구체적 쇄신안 없어
“개혁 외면”, “대선출마 행보” 비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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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쇄신을 위해 지난달 17일 취임한 김병준 자유한국당 혁신비대위원장이 ‘탈국가주의’를 주장하며 ‘담론 정치’에 나선 것을 두고 당 안팎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문재인 정부와 대립각을 형성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인적 청산 등 당 쇄신은 외면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김 위원장은 지난 3일 입장문을 내어 “시장과 시민사회가 성장한 상황에서는 더 이상 박정희 전 대통령 당시 국가주의 성장모델이 작동할 수 없다”며 ‘탈국가주의’를 거듭 강조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취임 직후부터 문재인 정부가 국가주의에 빠져 있다고 공세를 폈다. 초·중·고교 내 자판기에 카페인 음료 판매를 금지한 법이나, 보건복지부의 ‘먹방’(먹는 장면을 보여주는 방송) 규제 등을 현 정부의 국가주의 사례로 언급했다. 이를 두고 여당에선 “정부 역할을 무시한 선동”이란 비판이 나왔다.
자유한국당에선 ‘국가주의 대 자율주의’ 구도를 만드는 등 문재인 정부 공세를 위한 ‘프레임 형성’에 일부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5일 “반공·보수 이미지가 강하던 자유한국당에 이념좌표를 새로 제시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혁신비대위원장으로서 당 혁신에는 손을 놓고 있다는 당내 비판도 있다. 추상적인 거대 담론에 집중하느라 계파 갈등 해소, 인적 청산 등 시급한 문제 해결에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는 비대위 안에 ‘열린·투명정당’ 등 4개 분야 소위를 꾸렸지만, 아직 구체적인 쇄신방안 마련에 나서지 못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당내 인터넷방송 ‘오른소리’ 인터뷰에서 “비대위의 첫 임무로 인적 청산을 이야기하지만, 국회의원을 청산할 길이 없을뿐더러 쉽지 않은 길”이라며 “이번 비대위는 당의 비전·가치를 분명히 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정치권에선 김 위원장이 사실상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둔 행보라는 비판도 나온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지난 3일 “비대위원장이 된 뒤 국가주의, 먹방 적폐, 국민중심성장론 메시지를 던지면서 친박과 비박 모두 안고 가려는 것은 대권을 염두에 둔 행보”라며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들 적폐는 (비대위원장이) 청산해주는 것이 옳다”고 지적했다.
당내에선 혁신비대위 출범 이후 ‘인적 청산’ 목표가 옅어진 데 안도하는 기색마저 감지된다. 한 재선 의원은 “(인적 청산 문제로) 계파 갈등을 벌이기보다 정책 논쟁으로 옮겨간다는 점에서 비대위 효과가 있다”고 평했다.
하지만 다른 당 관계자는 “일부 비대위원들을 제외하면 대부분 의원들은 지역구 활동에 몰두하며 일단 (현 위기를) 조용히 넘기고 보자는 분위기”라며 “김 비대위원장에 대한 비판을 드러내놓고 하지 않는 것도 그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지난 3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정당지지율 여론조사에서 자유한국당은 정의당에 뒤진 3위로 떨어져 ‘김병준 비대위’ 출범 효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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