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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2 (일)

‘자사주 소각’ 파티 열리는 美…코스피는 주주몫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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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주당순익 증가율, 순익 증가율보다 낮아

-자사주 소각<유상증자·CB 발행

-美 올 순익 5% ↑, 순이익은 20% ↑

-자사주 매입 적극 나선 결과

[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미국 기업들의 적극적인 자사주 매입이 지난 수년 간 강세장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국내 증시에서는 이같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경우 이익보다 주주 몫이 더 크게 증가하는 경향이 최근 수년 이어져 왔지만, 국내에선 이와는 반대로 주주 몫이 기업 이익보다 더디게 늘어났다. 기업 이익 증가세가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꺾일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는 코스피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 규모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기댈 곳이 없다’는 푸념이 투자자들로부터 나온다.

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와 헤럴드경제신문이 증권사 세 곳 이상의 실적 추정치가 존재하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188곳의 최근 5년 순이익과 주당순이익(EPS) 증가율을 분석한 결과, EPS 증가율이 순이익 증가율을 매년 밑돈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이들 상장사의 전체 순이익은 41.1% 증가했지만, 주당순이익 증가율은 40.3%로 1%포인트 낮았다. 지난 2016년에도 주당순이익의 증가율이 순이익증가율보다 1.5%포인트가량 낮았고, 그 전해에는 3%포인트 이상 낮았다.

주당순이익이란 기업이 벌어들인 순이익(지배주주순이익)을 그 기업이 발행한 총 주식수(액면분할 고려한 수정평균발행주식수)로 나눈 값이다. 이 값이 크거나 빠르게 증가하는 것은 그만큼 경영실적이 양호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배당에 대한 기대감으로도 이어져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통상 주당순이익은 전체 순이익이 증가하는 만큼 함께 증가하지만,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할 경우 분모 값이 줄어들어 이익보다 더 크게 늘어난다. 그러나 국내 주요 기업들의 경우 오히려 유상증자, 전환사채(CB) 발행 등으로 분모 값이 늘어나, 기업이익 증가율보다 주주 몫이 더 더디게 늘어난 것이다.

헤럴드경제

<사진> 최근 5개년 코스피 전년 대비 지배주주순이익 및 주당순이익 증가율, 2015년 이후 코스피 상장사 자기주식 취득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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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미국에서는 오히려 주주몫이 기업이익보다 빠르게 늘어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S&P500 지수에 속해있는 기업들의 순이익은 전년 대비 5.2% 늘어나는 데 그쳤는데, 주당순이익의 증가율은 9.7%에 달했다. 올해에도 이들 기업의 순이익은 전년 대비 5.0% 늘어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되지만, 주당순이익은 21.4% 늘어날 것으로 관측돼 증가율이 4배 이상 높다. 이는 미국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에 적극 나선 결과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기업의 순이익과 주당순이익 증가율이 차이를 보이는 것은 자사주 매입 효과 때문”이라며 “올해 1분기 동안 미국 기업들은 해외 이익을 대규모로 송금했는데, 미국으로 유입된 송금액의 80~90% 이상은 자사주와 배당으로 사용됐다”고 분석했다.

국내에서는 기업들의 주주환원 정책에 따른 주가 상승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코스피 상장사들이 공시한 자기주식 취득 예정금액은 1조9122억원으로, 지난 3년 평균 자기주식 취득금액(9조3961억원)의 5분의1 수준에 그치고 있다. 지난해 40%를 초과했던 순이익 증가율도 올해는 10%대로 주저앉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종우 주식평론가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기업들은 주주를 달래는 차원에서 자사주 매입과 배당을 꾸준히 확대해온 반면, 국내 상장사들의 주주환원 정책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며 “자사주를 매입한다고 해도 대주주의 지분을 늘리기 위한 측면이 커 자사주 소각에 따른 주주몫 증대 효과를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hum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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