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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2 (일)

금융권, ‘디지털 전략’ 잰걸음…CDO에 쏠리는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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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김정한 하나금융그룹 부사장 사진=하나금융그룹 제공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4차 산업혁명’ 시대가 한 발 앞으로 다가오면서 ‘디지털 뱅킹’ 주도권을 쥐려는 금융그룹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조직 개편을 통해 디지털 관련 부문에 힘을 실어주는 동시에 외부 전문가 모시기에도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각 금융그룹의 ‘서비스 선진화’를 이끌어나갈 최고디지털책임자, 이른바 ‘CDO(Chief Data Officer)’의 면면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그룹은 이달 하반기 조직개편의 일환으로 ‘데이터 전담조직’을 신설하고 김정한 부사장을 CDO에 선임했다.

하나금융의 이 같은 행보는 디지털금융 조직을 강화해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금융권 환경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새로 꾸려진 전담조직을 바탕으로 그룹 데이터 수집·관리 정책을 수립하고 관계사 조직 간 협업도 유도할 계획이다.

특히 김정한 부사장은 지난해 12월 하나금융이 디지털 혁신을 위해 외부에서 영입한 인물이다. 삼성전자 출신의 소프트웨어 전문가로 유명한 김 부사장은 삼성전자에 몸담으면서 SSD와 eMMC(내장형 메모리) 관련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높이는 데 기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나금융으로 자리를 옮긴 뒤에는 DT랩(Digital Transformation Lab) 총괄 겸 CTO(Chief Technology Officer)로서 그룹 기술 혁신을 주도해왔다. 이번 인사로 ‘CDO’라는 중책을 맡게 되면서 그의 역할이 더욱 막중해질 전망이다.

지주사 전환을 준비 중인 우리은행도 민영화 이후 처음으로 외부에서 임원을 수혈하며 IT 경쟁력 강화 작업에 착수했다. 지난 6월 선임된 황원철 디지털그룹장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는 1994년 HP에서 아시아태평양지역 금융서비스 컨설턴트로 활동했으며 퍼스트데이터코리아, KB투자증권, 동부증권, 하나금융투자 등 굵직한 기업에서 최고정보책임자(CIO)를 역임한 디지털·IT 전문가로 통한다.

향후 황 신임 디지털그룹장은 그룹 서비스 고도화와 빅데이터 분석·활용 등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된다. 하반기 개편에서 ‘디지털금융그룹’을 전진 배치한 우리은행은 차세대ICT구축단과 ICT지원센터를 ‘IT그룹’으로 통합하고 ‘빅데이터센터’에 은행 내·외부 데이터를 통합 관리토록 하는 등의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한 상태다.

이처럼 금융권이 외부 인사 영입에 공을 들이는 것은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분석하고 사업화하려면 관련 분야에 익숙한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이들의 노하우로 미래를 책임질 젊은 실무자도 육성할 수 있어 기업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일석이조’다.

한 발 앞서 ‘CDO 체제’를 도입한 신한금융은 지주와 각 계열사에 최고디지털총괄임원과 협의체를 두고 이들에게 사업 전략을 맡기는 방식의 시스템을 구축했다. 우영웅 지주 부사장을 주축으로 각 계열사의 전문가들이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지주 디지털전략본부장에 선임된 조영서 전 베인앤컴퍼니 금융부문 대표와 신한은행의 서춘석 부행장, 삼성전자 출신 인공지능(AI) 전문가 장현기 본부장이 대표적이다.

농협금융 역시 지난해말 그룹 디지털 전략의 컨트롤타워인 ‘디지털금융부문’을 신설하고 주재승 농협은행 부행장을 CDO에 선임했다. 그는 농협은행에서 정보보호부장과 종합기획부장을 역임한 ‘스마트금융 전략가’로 평가받는다. 현재 농협금융은 농협은행의 디지털 역량을 계열사에 이식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며 지주 주관의 ‘CDO 협의회’를 통해서도 AI·블록체인·빅데이터 등 신기술 접목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그룹의 디지털 혁신이 가속화하면서 이들이 야심차게 영입한 IT 전문가들도 차츰 제역할을 찾아가는 모습”이라며 “다만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CDO라는 직책이 온전히 자리 잡기 위해선 가시화된 성과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재서 기자 sia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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