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비해 남성용 양산 판매 2배 늘어
여성 전유물 썬캡·팔토시 등 판매도 ‘쑥쑥’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대기업 부장급 직원 권아무개(42)씨는 최근 111년만의 폭염 상황에서 양산 덕을 톡톡히 봤다. 2주 전 모바일 쇼핑을 통해 남성용 양산을 구입한 권씨는 “아내가 ‘양산을 쓰면 훨씬 시원하다. 체면 따지지 말고 쓰고 다니라’고 권유했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엔 창피하기도 했는데, 점심 먹으러 나갈 땐 동료 직원들이 서로 같이 쓰자고 양산 밑으로 모인다. 거리에서도 양산 쓴 남자들도 종종 보인다. 아주 유용하다”며 양산 예찬론을 펼쳤다.
권씨처럼 여성의 전유물이라 생각했던 양산을 사는 남성들이 늘고 있다. 더위를 국가적 재난으로 인식하는 일본에선 지자체가 “남성도 양산을 쓰라”며 정책적으로 권유하는 상황이고, 최근 한국의 전라북도에서 같은 캠페인을 벌여 화제가 됐다. 양산을 쓰면 두피에 가해지는 열을 최대 10℃ 이상 낮출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선 캠페인이 막 시작된 상황이지만, 소비자들은 이미 적극적으로 양산을 찾는 모양새다. 5일 옥션에 따르면, 지난 7월 한 달 동안 남성용 암막 양산의 판매가 지난해 7월에 견줘 두배 이상(142%) 늘었다. 다른 온라인 쇼핑 업체인 지마켓에서도 같은 기간 양산 판매가 122% 증가했다. 햇볕뿐만 아니라 자외선을 맞아주는 기능도 있는 데다, 우산처럼 거무튀튀하지 않아 인기가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뜨거운 햇살을 막아주는 남성용 팔토시도 29%(옥션 기준) 더 팔렸다. 여성들이 야외 활동에 주로 쓰던 썬캡을 찾는 남성들도 지난해보다 60%(지마켓 기준) 늘었다. 옥션 관계자는 “여성의 전유물이란 인식이 강했던 남성용 양산이 판매 베스트순위에 오를 정도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남성들이 양산을 많이 사는 것은 이례적 현상이다”고 말했다. 역사에 남을 더위가 남녀의 구분도 없앤 것으로 보인다.
더위와 관련한 이색 용품들도 소비자의 눈길을 끌고 있다. 시원한 냉매가 들어있어 냉동한 뒤 목에 걸고 다니는 ‘넥쿨러’나 ‘쿨스카프’, 눈에 쓰는 ‘쿨링 안대’가 인기다. 손풍기를 목에 걸고 다니는 ‘넥풍기’는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아이디어 상품으로, 소비자들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종일 신발을 신어야 하는 직장인을 위해 만든 ‘발풍기’도 나왔다.
지마켓 관계자는 “폭염이 지속될수록 더위를 피하는 상품의 성별 구분이 옅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아이디어만 잘 낸다면 시장에서 크게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 한겨레 절친이 되어 주세요! [오늘의 추천 뉴스]
[▶ 블록체인 미디어 : 코인데스크] [신문구독]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