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광주경찰청 문건 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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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38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 즈음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반대와 국가보안법 철폐를 주장하는 시민단체들을 ‘인적위해단체’로 선정해 동향을 파악한 사실이 15일 확인됐다. 법적 근거 없는 경찰의 ‘인적위해단체 선정 및 관리’를 두고 시민단체들은 “사실상 사찰”이라고 비판했다.
올 5·18 기념식 앞두고
사드 반대·보안법 철폐 주장
시민단체 11곳 동향 파악
경향신문이 입수한 광주지방경찰청의 ‘보안수사2대 동원명령서’ 문건(사진)을 보면, 광주청 보안수사2대는 지난 5월16~18일 전국농민회 광주전남연맹 등 11개 지역 시민단체 동향을 파악했다. ‘보안과-C162(17.5.15) 제38주년 5·18 기념행사 관련 현장보안활동 계획’이라 적힌 문서에는 경찰 소속·계급·이름과 동향 파악 시간·장소가 담겨 있다. 1번 항목에 송모 경감이 5월18일 오전 7~9시, 오후 6~10시 각각 광주광역시 북구 신안동과 서구 농성동 일대에서 민권연대 등 6개 단체 움직임을 파악했다는 기록이 적혀 있다. 문건은 경찰관들의 ‘동원 사유’로 “인적위해단체 행사 관련 움직임 등 특이동향 파악”이라고 썼다.
경찰이 ‘인적위해단체’로 명시한 단체는 민권연대를 비롯해 우리겨레하나되기, 범민련광주전남본부, 6·15공동선언실천 광주전남본부 등 11개 단체다. 이 중 6·15공동선언실천 광주전남본부는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 등 47개 단체가 속한 연대 단체다. 광주지방청 관계자는 “(동향 파악 대상 단체들은) 사드 배치 반대나 국가보안법 철폐 등 국가안보를 저해하는 주장을 했던 단체”라며 “5·18 기념식 때 대통령 동선에 기습적으로 끼어들어 자신들의 주장과 구호를 외칠 수 있어서 파악했다”고 답했다. 이들 단체의 범죄 관련 전력 여부에 대해서는 “조회한 적 없다”고 답했다. 범죄 혐의가 없는 시민단체를 사드 배치를 반대한다는 이유로 인적위해단체로 지정한 것이다.
시민단체들은 “명백한 인권침해이자 사실상의 사찰”이라고 반발했다. 박종익 6·15공동선언실천 광주본부 집행위원장은 “5·18 전후 민주평화대행진 등을 열었는데 인적위해단체라고 규정한 근거가 뭔지 의문”이라면서 “(경찰이) 사무실을 몰래 침입했을 수도 있고, 통신을 감청했을 수도 있지 않나. 명백한 인권침해이자 사찰”이라고 말했다. 주관철 우리겨레하나되기 광주전남운동본부 사무국장은 “동향 파악 시간이 소속 활동가의 출근 시점 이전과 퇴근 시점 이후인데 개인 사생활을 중심으로 사찰한 점이 매우 우려스럽다”고 했다.
“대통령 경호” 해명했지만
문 대통령, 5·18 기념식 불참
민주당 이재정 의원
“보안경찰 병폐 파헤칠 것”
광주지방청은 통상적인 현장 보안 활동이라고 공식 해명했다. 경찰은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실에 “5·18 전후 각종 기념행사의 통상적인 현장 보안활동에 대한 대외비 지시 공문”이라면서 “대통령을 경호하기 위한 목적이었을 뿐 사찰 목적으로 특정 단체를 선정·관리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지난 5월18일 광주 5·18국립묘지에서 열린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문재인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았다.
인적위해단체 지정 관련 법령이나 근거는 없다. ‘인적위해단체’ 용어를 쓴 것을 두고 경찰은 “경찰청 ‘경호편람’ 제3절의 ‘경호구역 내외에서 행사에 위협을 줄 수 있다고 판단되는 모든 인적 대상’인 ‘인적위해요소’ 규정에 ‘그 밖에 경호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관련 단체’ 규정을 유추해 사용했다”고 했다.
경찰개혁위원회 위원을 지낸 양홍석 변호사는 “보안수사대의 이번 활동은 역할과 근거 법령을 모두 벗어난 불법적인 사찰이다. 기무사가 계엄 문건을 작성한 것과 마찬가지”라며 “상시적인 사찰을 하고 있는지 수사하고 재발 방지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재정 의원은 “경찰의 이해할 수 없는 무리한 조치가 정부에 부담을 주고 있다”며 “경찰청장 인사청문회 등 과정에서 보안경찰의 병폐를 철저히 파헤치겠다”고 말했다.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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