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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7530원 vs 1만원… 격차 좁힐 시도 단 한번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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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위 진통]

勞측·親勞 공익위원만 참석… 최저임금위 새벽까지 회의

13일 오후 7시 30분 최저임금위는 사용자위원들에게 이날 밤 10시까지 참석 여부에 대한 확답을 요구했다. 최저임금위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정부 세종청사에서 14차 전원회의를 열었지만 사용자 위원 9명은 전원 불참했다. 최저임금위가 사용자위원들에게 '최후 통보'를 한 셈이다. 이날 오후 3시 30분부터 서울 경총회관에서 마라톤회의를 한 사용자위원들은 끝내 '불참'을 결정했다. 이날 민주노총 측 근로자위원 4명은 최저임금의 산입 범위를 확대한 법 개정에 반발해 불참했다. 이에 따라 사용자위원 전원, 근로자위원 절반이 빠진 채 공익위원을 중심으로 14일 새벽 내년도 최저임금액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올해 노동계는 최저임금 산입 범위 개편, 경영계는 업종별 차등 적용 부결을 이유로 번갈아 최저임금위에 불참했다.

"'소귀에 경 읽기'였다"

사용자위원 회의 참석자들은 정부와 최저임금위를 향해 격앙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너무하다" "대안이 없다" 같은 말들이 회의실 밖으로 들렸다. 한 사용자 위원은 "그동안 최저임금위 협상 과정은 '소귀에 경 읽기'였다"며 "정부나 최저임금위는 우리 이야기를 전혀 들으려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결국 한자리에 못 앉은 근로자위원·사용자위원 - 13일 정부세종청사 회의실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해 열린 최저임금위 회의에 참석한 근로자위원들(왼쪽). 이날 회의는 사용자위원 9명과 민주노총 측 근로자위원 4명이 불참한 상태에서 열렸다. 오른쪽 사진은 최저임금위 참석을 거부한 사용자위원들이 이날 서울 경총회관 회의실에 모여 자체 회의를 갖는 모습. /신현종 기자·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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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에서 일부 위원은 "인상률을 낮추는 방향으로 요구하자"고 했으나 그런 주장은 소수였다고 한다. 다수는 "얼마가 됐든 인상 자체에 반대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특히 영세한 소상공인들의 입장이 강경했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인상안을 수용하지 않는 '불복종 운동' 방침을 고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이날 "소상공인·소규모 기업의 절박한 심정에 깊이 공감한다"면서 "합리적 수준의 최저임금이 결정되도록 참석해달라"는 공식 입장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최저임금 불복종 운동'에 동참하겠다는 움직임도 확산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는 12일부터 이틀 동안 '최저임금을 거부합니다' 같은 제목으로 100건이 넘는 최저임금 인상 반대 청원이 올라왔다. 이 청원에는 '최저임금을 올리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자신을 부산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소상공인이라 소개한 한 네티즌은 "이 정부는 더 이상 우리의 정부가 아니라 칼을 든 강도와 같습니다. 최저임금 지킬 필요가 없습니다. 모라토리엄(채무 불이행)을 선언합시다"라고 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오는 17일 긴급 이사회를 열어 동맹 휴업과 대규모 집회 등 '불복종 운동' 방향을 결정하기로 했다.

중소기업계에선 "최저임금을 올리더라도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스마트폰용 카메라 제조 업체 직원은 "올해 최저임금 상승으로 우리 회사는 공장을 베트남으로 옮겼고, 한국 직원 90%를 해고해야 했다"며 "중소기업도 이익을 내야 임금을 줄 것 아니냐. 이대로면 대한민국 제조업 죽는다"고 했다.

◇노동계는 장외 집회

아르바이트생들 사이에서도 최저임금 인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식당에서 하루 6시간씩 일하는 정모(27)씨는 "올해 최저임금 인상 후 같이 일하던 직원 2명이 나갔다"며 "내년에 또 오르면 이번엔 내가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철 경총 기획홍보본부장은 "최근 5년(2014~2018년) 동안 최저임금 연평균 인상률은 9.2%로 물가상승률과 경제성장률을 더한 값(연평균 4.2%)보다 2배 이상 빠르게 상승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청와대 앞에서 집회를 여는 등 장외(場外) 투쟁을 선포했다. 이들은 "(최저임금 산입 범위를 개정한) 최저임금법 개악으로 저임금 노동자들의 밥상을 엎고 밥그릇을 빼앗았다"면서 "아무런 담보 없이 최저임금위에 복귀하는 건 악법을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최저임금위에 참석한 한국노총(위원 5명)은 협상장에서 최저임금 인상률을 높게 가져가는 데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이날 정부 세종청사 인근에서 열린 집회에서 "온전한 최저임금 1만원을 조속히 실현하고 최저임금법 개악으로 삭감된 노동자의 임금을 되찾기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고용노동부 장관의 최저임금 고시일은 8월 5일이다. 여기에 앞서 이의 제기를 받고 관보에 게재하기까지 20여일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해 류장수 최저임금위원장은 "14일까지는 의결할 것"이라고 여러 차례 공언했다.

[이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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