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05 (토)

"신선하면서 달콤한 향"…배상면주가 고급 전통술 `오매락`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사진 왼쪽이 토기에 담은 `오매락퍽`이다. 나무 망치로 토기를 깨면 하얀 자기가 들어난다. 토기와 망치를 뺀 `오매락`은 조금 더 저렴하다. /사진=홈페이지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술이 술술 인생이 술술-67] '오매락'은 전통술 시장의 강자 배상면주가의 최고급 술이다. 배를 증류한 원액, 정제수, 설탕, 매실, 오매(구운 매실) 등을 넣어 빚었다. 나는 평소 배상면주가의 느린마을 막걸리를 즐겨 마신다. 거기서 내놓은 제품 가운데 으뜸이라고 하니 회가 동했다.

오매락은 하얀 자기 안에 들어 있다. 고급 술답게 코르크로 주둥이를 막았다. 오매락을 잔에 따른다. 아주 밝은 금색 액체가 쏟아진다. 잔을 흔들어서 점도를 확인한다. 잔 벽을 따라 흐르는 술의 눈물 방울을 확인한다. 눈물이 꽤 빨리 흐른다. 점도는 약간 묽은 편인 것 같다. 잔에 코를 박는다. 신선하면서도 달콤한 향이 난다. 도수가 도수이니 만큼 알코올의 화기도 진하게 느껴진다.

매일경제

술의 풍미가 강해 너무 진하지 않은 안주를 곁들이는 게 좋다. 육포, 마른안주 등이 잘 어울릴 듯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 모금씩 입에 머금고 음미한다. 처음에는 잘 익은 배 맛이 난다. 점점 달콤해지다가 목구멍을 넘어갈 즈음에는 진한 벌꿀의 풍미를 풍긴다. 아카시아꿀 향이다. 피니시에서는 약간의 화기와 함께 은은한 단맛이 올라온다. 그 단내가 꽤 오래 입안에 남는다. 앞서 눈으로 확인했던 대로 보디감은 약한 편이다.

하지만 우리네 전통주는 단숨에 들이키는 맛이 있지 않은가. 해서 작은 잔에 따라 단숨에 삼킨다. 전체적인 느낌은 비슷하다. 술을 급히 넘기는 만큼 혀는 별 맛을 잡아내지 못한다. 꽤 많은 양의 독주가 단숨에 넘어가 속이 뜨겁다. 피니시에서 화기가 더 거세다. 단맛의 강도도 세다. 달짝지근한 잔향은 비슷하다.

오매락 온 더 록스에서는 스트레이트에서 경험하지 못한 묘한 맛이 난다. 피니시에서 달콤함이 억제되면서 쓴맛이 올라온다. 이게 무슨 풍미인지 잘 모르겠다. 0.02% 들어갔다는 오매의 향이 이것인지도 모르겠다. 씁쓸함은 잔향까지 이어진다. 개인적으로는 스트레이트 쪽이 나았다.

여름이다. 하이볼의 계절이다. 오매락 하이볼을 만든다. 하이볼 잔에 얼음을 넣고, 샷잔으로 1.5잔의 오매락, 샷잔 5잔쯤의 탄산수를 붓는다. 레몬 원액 두 방울을 떨어뜨린다. 차갑고 청량하다. 기분 좋은 맛이 난다고 하기는 어렵다. 밍밍한 단맛, 약간의 매운맛, 씁쓸함이 남는다. 오매락 하이볼은 추천하고 싶지 않다.

알코올 도수는 40도. 나는 흰색 자기에 든 제품을 샀다. 이건 500㎖ 한 병에 약 4만원이다. 세리머니용으로 토기 안에 담은 제품도 판다. 이 제품의 이름은 '오매락 퍽'이다. 일반 오매락의 겉면을 토기로 에워싸 봉인한 제품이다. 제품에 동봉한 망치로 겉에 토기를 깨부순 뒤 마시는 식이다.

오매락퍽과 오매락은 토기 및 망치의 존재 유무에 차이가 있을 뿐 술 자체는 완전히 같다. 오매락 퍽은 500㎖ 한 병에 약 5만원이다. 토기를 깨는 행위에 액운을 쫓는다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명절, 기타 가족 모임 등 특별한 날 기분 내기에는 괜찮은 제품이다. 술의 맛이나, 제품의 콘셉트나 다 훌륭하다. 다만 내게는 좀 너무 달았다. 나는 다시 사지 않을 것 같다.

[취화선/drunkenhwaseon@naver.com]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